제주시 화북동 ‘금산로 주택’. 1995년 준공된 30년 된 공공임대주택이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완전히 달라졌다.
낡은 창호와 단열재를 교체하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건물 뒤편에는 외부 공기의 열을 활용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히트펌프 2대가 설치됐다.
이 건물은 가스 보일러를 사용할 때보다 연간 난방비가 279만 원에서 56만 원으로 줄어 약 80%의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입주자들은 화석연료 없이 전기만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제주도는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도내 10만 가구의 난방과 온수를 전기로 전환하는 ‘생활영역 열에너지 전기화 대전환 계획’을 12일 공식 발표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금산로 주택을 방문해 그린리모델링 전후 변화를 확인하고, 건물 앞 주차장에서 ‘외부 흔들림 없는 에너지 주권 실현’을 목표로 한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금산로 주택은 제주도와 제주개발공사가 노후 공공임대주택에 태양광과 히트펌프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자립률 120% 이상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플러스 등급 인증을 받은 사례다. 화석연료 없이 전기만으로 난방과 온수를 해결하는 제주형 에너지 전환의 표준 모델로 평가된다.
히트펌프는 공기 속 열을 끌어와 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료를 태우지 않아 탄소 배출이 없고, 같은 전력으로도 등유나 가스 보일러보다 훨씬 많은 열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제주 가정과 상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 중 약 32%가 여전히 석유류에 의존하고 있으며, 도시가스 보급률도 18.5%에 그쳐 농어촌 지역 상당수가 등유나 액화석유가스(LPG)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이번 계획을 ▲히트펌프 보급 확대 ▲산업·관광 RE100 전환 ▲지능형 수요관리 확대 ▲제도 기반 구축 등 4대 전략으로 추진한다.
우선 히트펌프 보급을 대폭 확대한다. 올해 2,380가구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9,520가구, 2035년까지 총 9만6,156가구에 히트펌프를 설치할 계획이다. 설치비의 70%를 보조하고 나머지 자부담도 렌탈이나 저리융자로 지원해 초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
공공부문도 선도적으로 참여한다. 마을회관, 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에 히트펌프를 우선 도입하고, 도청과 시청 등 주요 행정기관 10곳의 구내식당 가스레인지는 2027년까지 인덕션으로 교체한다.
또한 1차 산업과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100%(RE100) 모델을 확대한다. 시설하우스에는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결합하고, 양식장에는 해수열 히트펌프를 도입한다. 축산 분야에서도 재생에너지 기반의 자급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전력 수요관리 시스템도 도입된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 히트펌프를 집중 가동하면 소비자가 보상을 받는 ‘플러스 DR 제도’를 활용해 전기요금을 절감하면서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제주도는 2035년까지 도내 히트펌프 약 10만 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가상발전소(VPP)를 구축해 약 1.5GW 규모의 전력 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력제어 문제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공기열이 공식 재생에너지로 인정된 제도 변화에 맞춰 히트펌프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금융지원 확대, 건축 인허가 표준 체크리스트 마련 등 제도적 기반도 구축할 예정이다.
오 지사는 “생활 속 화석연료를 깨끗한 전기로 전환하는 이번 정책은 탄소중립 실현과 동시에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지역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제주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선도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