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지사 선거준비사무소, 대통령 타운홀 미팅 예고에 “민선 8기 정책 일치”
– 에너지 대전환 등 대통령 키워드와 도정 비전 결부시켜 정당성 강조
– “정치적 의사표현 가능하지만…예비후보 등록 전 선거운동 논란 가능성”
오영훈 제주지사 선거준비사무소가 오는 30일 개최될 예정인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타운홀 미팅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하루 전(22일) 이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미래의 축소판인 제주에서 12번째 타운홀 미팅을 갖겠다”고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신속한 반응이다.

■ 대통령의 3대 키워드에 도정 5대 비전 ‘아전인수’
선거준비사무소는 23일 발표한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제주의 미래 비전이 민선 8기 제주도정의 핵심 정책들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무소 측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에너지 대전환의 섬’, ‘세계적 관광수도, ‘지역경제 혁신 중심지’ 등은 오영훈 도정이 지난 4년간 도민과 함께 추진해온 과제들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제주 도정이 걸어온 길에 대한 국가적 공인이라고 자평했다.
더 나아가 캠프는 오 지사가 출마 선언을 통해 밝힌 ▲복지 기본사회 실현 ▲녹색 문명 대전환 ▲산업경제 혁신 생태계 완성 ▲글로컬 문화콘텐츠 르네상스 ▲연방자치도 추진 등 5대 비전을 이 대통령의 페이스북 워딩과 하나하나 매칭시켰다. 태양광과 풍력을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선도 의지는 ‘녹색 문명 대전환’과, K-컬처를 결합한 관광수도 구상은 ‘글로컬 문화콘텐츠 르네상스’와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도정의 지향점을 일치시킴으로써 정책적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오 지사 측이 내세운 정책적 동질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전환, 세계적 관광수도 등의 개념은 사실상 수십 년 전부터 제주도정이 추진해온 해묵은 정책적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전임 도정의 ‘CFI 2030’이나 과거 정부의 국제자유도시 비전과 맥을 같이하는 정책들을 마치 현 도정만의 독창적인 성과인 양 대통령의 워딩에 맞춘 것은 전형적인 ‘숟가락 얹기’라는 지적이다.

■ 선거사무소 아닌 ‘선거준비사무소’ 발신 이유는?
보도자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발신 주체다. 공식 행정 조직인 제주특별자치도나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가 아닌 비공식적 기구인 ‘오영훈 지사 선거준비사무소’ 명의로 자료가 배포됐다. 제주특별자치도 명의로 배포할 경우 공공 조직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되고, 선거사무소로 배포하자니 오 지사가 아직 예비후보로 등록을 하지 않아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인 예비후보자 사무소 설치 이전이라도 임시 사무소를 통해 후보가 되려는 자에 대한 해명이나 반박과 같은 정치적인 의사표현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선거준비사무소는 최근 오 지사를 비방하는 정체불명 문자메시지 살포와 관련한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다만 선관위 측은 “예비후보 등록 이전의 선거운동 목적의 자료 배포는 금지된다”며, 해당 자료가 단순한 입장 표명인지 아니면 당선을 목적으로 한 성과 홍보인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오 지사 측이 도청 조직을 통한 관권 선거 논란은 피하면서도, 캠프 명의를 빌려 정치적 실리를 챙기려는 모호한 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보도자료 배포는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KBS제주방송총국의 지방선거 여론조사 시점과 맞물려, 도민들에게 ‘대통령이 신뢰하는 행정가’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법과 정치의 경계선 위에서 오 지사 측이 낸 이번 입장문이 실제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