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핵심 공약인 초·중·고 입학준비금을 당초 공약보다 반토막 이하로 대폭 축소 확정한 데 이어, 이를 뒷받침할 조례안마저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교육청은 28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입학준비금 지원 조례안’을 다음 달 12일까지 입법예고했다. 고 교육감은 27일 <공약실천계획 확정 발표 및 조직개편 관련 기자회견>에서 초등 70만 원, 중·고등 50만 원이던 입학준비금 공약을 각각 30만 원과 20만 원으로 대폭 하향해 확정한 바 있다. 고 교육감은 삭감 근거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산정의 기준을 답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입학과 관련된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에 맞춰 적당한 지원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논의된 것”이라고 밝혀 주먹구구식 산정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 교육감이 직접 결재해 입법예고한 조례안과 실무 부서의 후속 계획에서도 행정적 모순과 안이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조례안 제5조와 제6조는 입학준비금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구체적인 지원 금액은 명시하지 않은 채 도교육감이 정하도록 포괄 위임했다. 공약 발표에도 불구하고 조례안에 액수를 명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업이 추진되다 보면 예산에 따라 금액을 증액하거나 감액할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그 조항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재정 여건이 현재보다 심각해 진다면 감액하거나 없앨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급 방식과 사용처를 둘러싼 현장 혼선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고 교육감은 입학준비금을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조례안 제5조는 지원금을 ‘교육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필요한 물품의 구입’에 사용하도록 규정했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교육청 측은 “조례에는 포괄적으로 명시했고, 세부 시행계획에 품목 등을 선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교육 억제 의도 등을 반영해 사용처를 물품 구입 위주로 제한하고 학원은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교육청 관계자는 내비쳤다.


공교롭게도 학원의 경우 엄연히 탐나는전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는 업종이다. 교육청은 “탐나는전의 경우 업종에 따라 사용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가맹점 중 특정 업종만 선별 차단하는 과정에서 결제 불합리나 일선 현장의 극심한 혼선이 예상된다.
학부모들이 입학 준비를 위해 가장 많이 찾는 대형마트에서는 문구류나 아동복 등을 구입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탐나는전 자체가 대형마트 등에서의 사용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청 측은 이에 대해 “소상공인 매장 이용을 유도할 수 있다”며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의 편의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자의적 해석을 내놓았다.
더욱이 조례안 제7조에 명시된 ‘환수’ 규정 역시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조례안은 목적 외로 입학준비금을 사용한 경우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 관계자는 환수 대책에 대해 “입학지원금의 사용처를 업종별로 제한하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실제 환수가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막대한 행정 업무 부담을 간과한 것이다. 업종 코드만 제한한다고 해서 복합 매장에서의 목적 외 물품 구매를 걸러낼 수 없는데도, 구체적인 검증 및 환수 절차에 대해서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좀 더 고민해 보겠다”며 무대책을 시인했다.
도교육청은 서울과 인천, 울산, 광주광역시 등의 사례를 참고해 이번 조례안을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제주 지역화폐의 특성과 현장 여건을 치밀하게 따지지 않은 채 교육감 공약 발표 시기에 맞춰 타 시도 조례를 짜깁기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