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 절벽 속 한림항공우주고에 도내 학교 최초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 교육청 “전기료 연 5천만 원 절감”… 정작 기기 수명은 회수 기간보다 짧아
– 특성화고 이어 특수학교까지 확대 구상… 일관성 없는 설치 기준 지적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김광수)이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도 10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에너지 설비 사업을 본격화하며 ‘친환경 에너지 학교’ 모델 구축에 나섰다. 교육청은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 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투입 예산 대비 절감 효과가 미미하고 활용도도 모호해 경제성 검토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에너지 자립 명분으로 대규모 혈세 투입
9일 제주도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도내 학교 최초로 한림항공우주고등학교(옛 한림공고)에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전력 피크 시간대에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이번 사업에는 모두 9억 5천만 원의 본예산이 투입된다. 교육청은 5월까지 15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증설하고, 이와 연계된 600kWh 용량의 ESS를 구축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기요금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탄소중립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교육적 의미도 크다”며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 19년 걸리는 원금 회수… “배터리 수명보다 길어”
그러나 교육청이 내세운 경제적 효과를 팩트 체크해 보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교육청 시설 부서에 따르면, 한림항공우주고의 최대 전력 수요는 약 770kWh로, 피크 전력에 따른 요금은 월평균 450만 원 수준이다. 설비 도입을 통해 교육청이 기대하는 연간 전기료 절감액은 약 5천만 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9억 5천만 원의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19년이 소요된다. 문제는 ESS의 핵심인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의 통상적인 내구연한 역시 10~15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즉, 에너지 절감액으로 설치 비용을 채 보전하기도 전에 기기를 교체하거나 대규모 수리를 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유지보수비나 추가 운영비 지출은 계획에 없다”고 설명했으나, 화재 감지 및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전문적인 사후 관리가 필수적인 설비 특성상 향후 추가적인 예산 투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특성화고 다음은 특수학교 설치? 기준도 갈팡질팡
현재 이 사업의 시공은 도내 업체인 A사가 맡아 진행 중이다. 교육청은 이번 한림항공우주고의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설치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목할 점은 차기 대상지의 성격이다. 당초 교육청은 실습 설비 가동으로 전력 수요가 많은 특성화고인 한림항공우주고를 ESS의 최적지로 꼽았으나, 향후 검토 대상으로는 소규모 특수학교인 영지학교 분교장을 언급했다. 전력 피크 대응이라는 설치 목적과 실제 수요처 사이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전기 사용 패턴이 전혀 다른 학교들을 대상으로 RE90(재생에너지 90% 사용) 등 화려한 수사학을 동원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 재정 위기 속 우선순위 적절한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 등 예산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각 부서에 고강도 예산 절감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 학교의 에너지 설비에 1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우선 배정한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모델이라는 상징성 뒤에 숨겨진 부실한 경제성 분석과 불투명한 사후 관리 계획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