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부결 고개 숙였지만… 고의숙 교육감 핵심 쟁점 ‘평행선’ 기존 입장 고수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취임 4개월 만에 맞닥뜨린 조직개편안 부결 사태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향후 4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공약 확정 발표 자리에서조차 도의회와의 핵심 쟁점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데다, 주요 공약 축소와 현장 소통 방식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고 교육감은 27일 열린 <공약실천계획 확정 발표 및 조직개편 관련 기자회견>에서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아이들과 도민들의 삶을 짊어진 교육감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이어 “조례안 처리 과정에서 송영훈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소통 및 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같은 사과와 달리 조례안 부결의 원인이 된 핵심 쟁점을 묻는 질문에서는 입장 변화가 없었다. 도의회가 요구하는 교육전문위원 인사권 이관에 대해 고 교육감은 “당장 그걸 조정하기는 약간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씀을 드렸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무부교육감 직제 문제 역시 “의회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조례안을 폐지까지 가지 않고 그대로 존속시키되 지금 제 임기 중에는 임명하지 않겠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당장 핵심 공약인 교육활동보호담당관·4·3교육과 신설과 내년 2월 말 종료되는 방과 후 돌봄 교육연구사 25명의 정원 연장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고 교육감은 “조직 개편안이 1월 1일 자로는 지금 불가능한 상태고 3월 1일 자도 쉽지는 않다”라고 시인했다. 대안으로 “규칙 또는 훈령 관련한 여러 가지의 권한을 이용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그것 또한 차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해법이 아님을 인정했다.

공약 후퇴와 의사결정 과정의 부실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초·중·고 입학준비지원금이 당초 70만·50만·50만 원에서 30만·20만·20만 원으로 대폭 줄었음에도, 고 교육감은 “구체적인 어떤 산정의 기준을 답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어떤 입학과 관련된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에 맞춰서 논의가 된 걸로 저는 알고 있다”라며 명확한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배석한 정책기획과장은 무작위 추출된 ‘도민평가단’ 심의를 삭감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학생 12명이 포함된 40명 규모로 단 두세 차례 회의 만에 결정된 점을 짚으며 “방대한 예산에 대해서 배경 지식도 부족하고 충분한 설명을 듣고 토의할 그런 자리도 없었는데 그걸 가지고 이런 중요한 공약을 한꺼번에 결정했다라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과장이 도청 배심원단 규모와 공약 갯수를 들어 반박하자, 본지는 재차 “배심원단의 규모와 공약의 개수를 그런 식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게 맞냐? 심지어 성인들도 예산 용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고 교육감은 “심의 과정은 교육감에게 권고되는 것으로 내부 전문가 검토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상황을 에둘러 정리했다.

학교 현장과의 소통 방식도 논란을 불렀다. 교사노조의 다섯 차례 면담 요청이 성사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고 교육감은 “어떤 현안과 관련돼서 교육감을 직접 먼저 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조직 운영의 원리에서 맞지 않다”며 “교육감을 먼저 만나고 그다음 교육감하고 얘기된 내용을 가지고 그 부서가 그것을 이행하는 것은 조직을 살리는 어떤 방안은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행정 절차를 앞세워 현장의 목소리에 문턱을 높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은 새로운 제주 교육의 10대 핵심 공약 등 향후 4년의 청사진을 도민 앞에 공식 선포하는 뜻깊은 자리였음에도, 조직개편 부결 사태 수습과 방어적 해명에 쫓기며 본래의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평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도의회와의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낼 구체적인 돌파구 없이 기존 입장만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면서, 교육행정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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