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제주형 재난지원금이 높은 효과? 하나씩 따져봤더니

 11 16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고재일의 뉴스톡방송 내용입니다.

[류도성] 월요일마다 돌아오는 뉴스톡 코너죠,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재일] 지난 주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꽤 의미 있는 뉴스 두 개가 나왔죠. 하나는 제주개발공사가 3차 재난지원금에 사용해 달라며 사내 유보금 2백억원을 제주도에 기탁했다는 것과 함께 제주형 1차 재난지원금이 정부형 재난지원금에 비해 효과가 높았다는 발표가 제주연구원으로부터 나왔는데요. 그걸 보면 역시나 재난지원금이 모든 도민과 국민들의 관심사 아닐까 싶은데요. 좀 따져봐야할 대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뉴스톡은 모처럼 관련 내용을 팩트체크식으로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류도성] 모처럼 팩트체크인가요? 좋습니다. 사실 도민들 입장에서는 그냥 둘 다 도움이 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콕 찝어 제주형의 효과가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먼저 제주연구원의 발표 내용을 좀 정리해 주시죠.

[고재일] 지난 주 화요일 제주연구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 <제주형 재난지원금 핀셋효과 컸다>인데요. 올 상반기 카드 사용 내역 데이터와 시계열 실증모형을 통해 통계적인 방법으로 들여다 본 결과, 제1차 제주형 재난지원금이 정부형 재난지원금의 4분의 1 수준의 예산임에도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는 겁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발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데요. 4월 말부터 지급된 제주형 1차 재난지원금은 모두 412억원이고요, 5월초 지급이 시작된 정부형 재난지원금은 각각 1819억원인데, 제주형 1차 재난지원금은 지급 후 2일 이후부터 8일까지 6일간 도내 카드 소비를 늘렸고, 정부 재난지원금은 지급 후 3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카드 소비액을 증가시키면서 소비진작에 있어 차이를 보였다는 겁니다.

[류도성] 지급 대상이라든가 액수 같은 것이 제주형과 정부형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고재일] 4월 24일부터 지급이 시작된 제주형 1차 재난지원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와 공무원, 금융업 종사자 등을 제외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최대 50만원까지 현금으로 차등 지급했고요, 정부형은 4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카드 포인트나 상품권 형태로 모든 가구에 5월 11일부터 지급됐습니다. 현금으로 주나 포인트로 주나 어차피 카드로 쓰니까 똑같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제주형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감소한 가계 소득을 보전하는 형태라 볼 수 있고요, 정부형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성격이라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제주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 제주형과 정부형 재난지원금 모두 음식점과 편의점 등에서는 공통적인 소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정부형 재난지원금은 소형소매업에서 제주형은 대형마트에서의 카드 사용을 활성화 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도성] 제주형과 정부형 재난지원금이 언뜻 비슷해 보입니다만, 이렇게 설명해주시는 것 들어보니 실질적인 차이가 있는것 같은데…어느 쪽의 효과가 더 높다는 비교를 어떻게 했을까요?

[고재일]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카드 소비량 분석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는데요. 정부형 재난지원금은 포인트나 상품권으로 지급됐고 사용 한도와 시기가 정해진 만큼 정책 자금의 사용처나 소진율 등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전액 현금으로 지급된 제주형 재난지원금의 사용처나 소진율 등은 실질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카드 소비액만 놓고 어느 지원금의 효과가 높은지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또 모든 카드 사용 증가분의 원인을 제주형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무리수도 보입니다. 제주연구원은 제주형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인 4월 중반부터의 제주 지역 카드소비 증가에 대해서도 “재난지원금 지급 소식에 미리 반응하여 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니까 소비를 미리 당겨서 했다는 해석인데요. 코로나19로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 가계가 궁여지책으로 카드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류도성] 제주연구원 보고서에 또 어떤 내용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고재일] 소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시기의 문제가 있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5월은 가정의 달이다보니 여러 소비를 해야 할 이벤트들이 많거든요. 또 4월 말부터 시작된 황금연휴로 22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다녀가지 않았습니까? 물론 제주형 재난지원금이나 정부형 재난지원금이 도민 생계에 큰 도움은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카드 사용의 증가에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류도성] 재난지원금 지급이 아니더라도 원래 소비 지출이 많은 시기라는 거죠?

[고재일] 그렇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연구원 스스로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급시기가 바뀌었더라면 연구 결과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할 겁니다. 제주연구원은 이번 자료를 발표하면서 제주형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정부형보다 먼저 지급됐다는 점이 도정의 신속한 판단에 따른 정책효과라며 제주형 재난지원금이 정부형의 4분의 1 예산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도출했다고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향후 추가 지원을 늘리고, 부족한 지방재정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제주형 재난지원금과 정부형 재난지원금을 비교함으로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있어 보편지급보다 선별지급에 무게를 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평소 원희룡 도지사가 정부와 다른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정책과 대립각을 세운 지점이기도 하고요.

[류도성] 그냥 ‘제주형 재난지원금 신속하게 지급하니까 잘했다’ 이 정도로 끝났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네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이상한 부연 설명이 추가되면서 제주연구원의 이번 보고서가 도정의 신속한 지급 결정으로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높았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보편지급이 어닌 선별자급 방식이 유효했다고 보는 곳인지 판단이 애매하게 됐는데요. 제가 한국은행 제주본부에도 재난지원금 관련 내용에 대한 해석을 좀 부탁드렸는데요. 연구보고서의 원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보고서만 보고 판단을 하기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은행도 관련 연구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데요. 어떤 결론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아무튼 오늘 결론은 아직은 제주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류도성]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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