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톺아보기] 냉정하게 따져 본 오영훈 도지사 대표공약 ‘상장기업 20개 유치’

▲ 프로그램 :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

▲ 방송일자 : 8월 5일(금) 오후 6:30~7:00

[MC] 뉴스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시사팟캐스터 고재일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해 오셨습니까?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죠. ‘상장기업 20개 육성 및 유치’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약속대로 잘 진행이 된다면야 도민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청사진이 아닐까 하는데요. 현재 공약 추진의 방향과 제주도정의 준비 상황을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와 이전 기업 유치 실패 사례를 함께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 지사의 ‘상장기업 20개 유치’ 공약은 지난 3월 27일 출마 선언에서부터 나왔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상장기업 20개를 유치하고 수소경제와 시스템반도체, 생약 기반 바이오헬스산업 등 핵심산업 기반 조성에 역점을 둬 미래산업이 풍부한 제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인데요. 이후 비전설명회에서는 내용을 좀 더 구체화했습니다. 단순한 기업 유치 뿐만이 아니라 유망 향토기업과 이전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였는데요. 기업의 상장을 위해 도정이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MC] 정치인, 특히 자치단체장인 경우 경제 관련 공약이 어떻게 보면 ‘시그니처’ 공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왜 이런 공약이 나왔다고 보시나요?

사실 매번 도정이 바뀔 때마다 경제 활성화를 주요 약속으로 내걸어 왔습니다. 무엇보다 제주 지역의 현재 산업구조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1차 산업과 관광 중심의 지역 경제 체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초, 즉 펀더멘탈이 튼튼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불안하고 질이 낮은 고용으로 GRDP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요. 대외 상황에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보니 그때마다 지역경제가 휘청이는 경험을 적지 않게 해봤는데요. 오영훈 도지사 역시 이러한 위기의식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주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부동산발 빈부격차 심화로 사회 통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어렵지만 가장 심플한 해법은 역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겠죠. 지난 도정에서도 같은 문제 인식을 했지만 사실 민간 부문 일자리보다는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에 주력한 측면이 있는데요. 오 지사는 상장기업 20개 유치의 목표를 청년들에게 ‘적어도 연봉 4천만원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취지임을 밝힌 바 있어 목표를 보다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급조된 공약이 아니라 출마 선언에서부터 밝힌 내용임을 보면 본인의 의지와 철학이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상장기업 20개 유치’라는 명확한 메시지가 도민들에게 소구하는 측면이 강하다보니 꺼내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MC]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습니다만, 상장기업이 일반 기업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한번 짚어보고 계속 내용 나눠볼까요?

상장,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장에 올렸다 즉 내놨다는 뜻이죠. 기업의 주식을 누구든 사고팔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는데요. 다른 자본 조달 방법인 대출이나 채권에 비해 자본 조달이 쉽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덜 들어 경영성과 등 주요 성장 지표가 기업의 가치에 바로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때문에 주가 관리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인데요. 여기에 더해 시장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이라는 표시이기 하기 때문에 신뢰성도 상대적으로 높고 여러가지 많은 제도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기업 규모가 크다고 모두 상장기업인 것은 아닙니다. 자본조달이나 사업에 자신이 있는 기업인 경우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MC] 여기에 더해 일반 대중으로부터 투자를 받다 보니 정기적으로 기업 장부도 공개해야 하고, 이것저것 보고해야 할 사항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장기업이 되기 위한 요건이 제법 까다로운 편이죠?

가장 대표적인 유가증권 시장, 코스피라고도 하는데요. 시가 총액이 1조원이 넘거나 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 자기 자본금이 3백억원 이상인 경우 등이 있고요. 코스닥인 경우 이보다는 다소 액수가 아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런 조건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잇따라 상장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요건을 완화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에서는 코스피 상장 기업으로는 제주은행이 유일했습니다. 현재는 제주은행 외에도 카카오와 제주항공, 제주반도체와 제주맥주, 롯데관광개발, 3D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인 피앤아이컴퍼니 등 8곳이 상장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상황입니다. 

[MC] 이렇게만 보니까 제주의 상장기업이 많은 건지 적은 것인지 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 상장기업은 현황은 어떻습니까?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식 시장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본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지역의 상장기업인가 하는것은 좀 의미가 없습니다만, 예상하시는 것처럼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이 가장 많았는데요. 지난해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 824개, 코스닥 1천532개 등 2천3백여개의 기업이 상장된 상태인데, 서울이 절반에 못미치는 1천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고요. 경기도가 150개, 충남 101개, 인천 89개, 부산광역시 76개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8곳인 제주도보다 많은 곳이 바로 강원도인데요. 27개의 상장기업이 등록된 상태입니다. 

[MC] 2위부터는 거의 순위에 의미가 없군요. 좋습니다. 도지사가 임기 내 상장기업 20개 유치를 약속한 만큼 공약 집행에 속도를 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혹시 상장기업 20개 유치가 기존의 8개를 빼고 새롭게 유치하는 것만 해당하나요?

상장기업 20개 유치와 관련해 기존에 등록된 8곳을 제외할지 아니면 새로 20개를 새롭게 유치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도청 내부에서도 명확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8곳을 포함시켜 20개를 유치한다고 하면 꼼수 논란이 제기될 것도 같은데요. 어쨌든 도지사 핵심 공약인 만큼 제주도는 전담부서를 신설했습니다. 기존 일자리과와 경제정책과를 경제정책과로 통합·재편하며, 경제정책과에 상장기업 육성을 총괄할 산업정책팀을 꾸렸는데요. 아마 예전에 관광개발사업의 속도를 단축시키기 위해 제주도청에 설치된 부서죠. ‘일괄처리과’ 이후에 기업 유치를 담당하는 첫 전담 조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주도는 우선 투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주 이전기업 직원 거주비와 물류비, 신성장 동력산업 설비투자비 추가 지원 등을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이와 함께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조성 타당성을 위한 조사 용역을 통해 친환경·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방침입니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 기업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제주 워케이션 프로그램 등 새로운 시책도 추진중이라고 하는데요. 10월부터는 수도권 기업 투자유치 설명회와 일대일 현장상담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상장기업 유치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MC] 도민들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상장기업 20개 유치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일단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전망이 좀 많아 보이더라고요?

지난 도의회 예산결산심사에서 국민의힘 고태민 의원이 이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오영훈 도정이 상장기업 20개 유치 육성을 공약했지만 관련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다른 지역과의 기업 유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계획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요.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시민단체가 해당 공약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가 지난 5월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원내 정당 후보자들의 3대 핵심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오영훈 당시 후보의 ‘상장기업 20개 육성 및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창출’ 공약에 대해 “상장조건은 매우 까다로워 단순한 지원책으로 접근한다고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며 “단순히 기업을 유치한다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며 산업군에 따라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MC] 저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 행정이 기업 유치를 위해 제시할 수 있는 것이 거주비나 물류비 지원, 세제 혜택처럼 일부 인센티브 수준에 불과하거든요. 기업의 이전이라는 것이 쉽게 결정될 문제도 아니고, 인센티브가 끌린다고 기업이 본사를 옮길지 의문이 들어요?

기업 유치는 사실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라 2,30년을 거슬러 올라간 오래된 지역의 숙제입니다. 말씀하신대로 행정에서는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왔는데요. 도민들의 세금이 들어간 인센티브 제공으로 어렵게 기업을 이전시켰지만, 제주에서의 사업이 어려워진 경우도 많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은근슬쩍 다시 본사를 옮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 밖에도 본사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지만 기업활동이나 채용의 대부분을 서울 등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는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당장 제조업인 경우 원자재 수급 등 물류의 문제를 비롯해 공장 부지 조성이나 수도권 배후 시장을 멀리해야 하는 여러 걸림돌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요. 물류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IT나 콘텐츠, 소프트업계 영역에서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미 산업단지가 조성된 경우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업계의 바운더리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경영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요. 인센티브 위주의 지원 정책을 넘어 서는 획기적 발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MC] 여기서 잠깐 궁금한 점이요. 제주도가 예전부터 공을 들여 유치한 기업들은 현재 잘 운영이 되고 있을까요?

제주에 본사를 둔 것으로 유명한 카카오의 경우 핵심 인력은 이미 판교로 모두 이동했다는 공공연한 사실이 있죠. 몇 년 전 사명 변경 논란과 콜센터 이전을 추진했던 제주항공의 제주 본사도 사실상 무늬 뿐입니다. 정말 좋은 기업인줄 알고 유치했는데 속빈 강정인 경우도 많았는데요. 3억달러 수출탑 상을 수상했던 온코퍼레이션이라는 업체는 한국무역보험공사에 1천5백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로 파산했고요. 예전 제주도가 유치에 성공한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라고 자랑했던 키멘슨 전자라는 곳도 무리한 투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부도가 났습니다. 무엇보다 전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모뉴엘 사태’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창사 10년 만에 1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기업이 알고보니 만원짜리 전자제품을 250만원짜리 속여 수출 실적을 부풀리고, 은행 실사단을 속여 수천억 원대 대출을 받은 사건인데요. 결국 유치에만 급급하다보면 이전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데 실패해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MC] 결국은 무엇을 제주에 적합한 전략 산업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 여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다른 지역의 한 경제 전문가에게 오영훈 도지사의 공약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첫 질문으로 돌아온 내용이 이겁니다. 제주가 추진하겠다는 산업의 밑그림이 무엇인지 우선 알려달라입니다. 금융이나 건설, 도소매, 음식과 숙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제주 독자적으로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문제 인식인 셈인데요. 도지사직 인수위 정책아카데미에서도 제주에 적합한 전략산업을 설정하고 산업·창업 생태계를 구축한 뒤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기업을 유치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제주에 맞는 산업 구조를 먼저 찾아내고 그것에 맞춰 기업을 육성하라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 오래전부터 나왔고 여러번 훑어봤던 모범 답안이기도 합니다. 

[MC] 뉴스 톺아보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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