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엇박자’, ‘정면충돌’, ‘혼돈’, ‘고비’
요 며칠 도내 언론이 뽑은 주요 기사의 키워드다.
‘싸움 붙이는’ 언론의 속성과 재주를 감안하더라도 단어 선택이 예사롭지 않다. 김한규 국회의원이 금요일인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안 발의 소식을 알려온 이후 쏟아져 나온 기사들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직접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이라 이름 붙이며, “제주시를 2개로 쪼개는 것이 시민들의 생활권이나 통근·통학권에 부합하는지, 제주시가 가진 역사성과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진 않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의 배경을 소개했다.
오영훈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대로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눌 경우 불필요한 지역 갈등이 생길 수 있고, 행정기관 신설로 인해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덧붙여, 전국적인 지자체 통합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김 의원측은 명분을 세웠다. 내친 김에 그는 주민투표 방식에 대해서도 우선 ‘기초지방자치단체 부활 여부에 관해 도민의 의견을 구하고, 다음으로 현행 제주시를 유지하는 방안과 제주시를 2개로 분할하는 방안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는 제안까지 덧붙였다.
취지야 어찌됐든 결과론적으로 ‘법안 발의’라는 정치적 행위로 인해, 도정이 추진하고 있는 3개 구조의 제주형 행정체제 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제주도는 설명자료를 통해 기존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주민투표의 열쇠를 쥐며 느긋했던 정부는 핑계삼아 명분을 챙기고 시간도 벌게 됐다.
도내 주요 일간지는 법안 발의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민일보는 5일자 <김한규 의원 주장, 너무 늦지 않았나>를 사설로 냈고, 한라일보도 6일자 신문에 <자다 봉창 두드린 김 의원, 그간 뭘 하다가>라는 강한 비판적 논조를 드러냈다. 도정은 물론 도민들도 ‘갑분싸’ 법안 발의에 어리둥절해 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도 웅성웅성하고 있다.
때문에 모두가 김 의원의 입을 주목하며 기다렸다. 민선 8기 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1년 5개월의 논의를 끝내고 일단락한 결론에 뒤늦게 문제제기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뒤집어야 할 필연적 사정이 생긴 것인지 예의주시했지만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 모든 과정과 정황에 대해 해명하고 설명하거나 혹은 납득시켜야 할 김 의원은 매우 태연한 모습이다. SNS에 ‘귤따러 가세’와 같은 동정 홍보 콘텐츠를 올리며 논란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모 방송국 TV토론 프로그램에도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언론에 백브리핑이라도 해야 할 담당 보좌관은 휴가를 떠났다. 정부와 여당의 홀대로부터 도민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던 그를 기억하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욱 씁쓸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