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청 부서도 모르는 오영훈 도지사 간담회…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나?

– 총무과·자치행정과 “당일 부서 주관 간담회 없어”… “보고받고 갔다” 지사 해명 정면 배치

– 동문 기업가부터 보조금 단체 간부까지… ‘기이한’ 측근들 간담회 배석

– 본지 서면 질의에 의도적 침묵…해명도 반박도 거부?

– 선거법 위반 및 도정 사유화 논란 정점 치달을 듯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지난 30일 제주시 한경면 자생단체 비공식 만찬을 둘러싼 의혹이 도정 시스템의 ‘비선(秘線)’ 운영과 조직적 ‘관권 선거’ 논란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오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모임에 대해 “보고를 받고 간 간담회”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이를 주관해야 할 도청 관계 부서는 해당 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실종된 공식 행정 라인… ‘누가’ 보고한 자리냐

취재 결과 도지사의 이번 행보가 공식 행정 라인과 단절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 지사는 1일 KBS제주 인터뷰에서 “간담회 요구가 있다는 보고를 받아서 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제주도청 총무과와 자치행정과에 교차 확인한 결과, “부서 차원에서 준비하거나 인지한 한경면 간담회는 전혀 없었다”는 공식 답변을 얻었다. 도지사 간담회에서 직접 건의사항을 전달했다는 이장단과 부녀회, 청년회 등의 자생단체를 관할하는 부서가 해당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지사의 지역 간담회는 주무 부서인 자치행정과가 기획하고, 공식 일정에 등록하며, 실무진이 배석해 회의 내용을 기록한다. 실무 부서도 모르는 일정을 지사가 수행했다는 것은, 지사에게 일정을 보고하고 동선을 짠 주체가 도정 내부의 공적 시스템이 아닌 ‘비선’ 혹은 정치적 ‘측근’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공식 부서가 패싱된 자리에 지사가 나타났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간담회가 행정 고유의 목적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됐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KBS제주 7시 뉴스 화면 갈무리
■ 주민 간담회라는데…왜 ‘동문 기업가’ 배석?

간담회의 목적이 민원 청취가 아닌 ‘선거’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참석자들의 면면이다. 한경면 현안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 기업가 K 씨와 도비 보조금을 지원받는 단체의 사무국장 J 씨가 간담회를 함께 했다. K 씨는 오 지사의 고교 동문이자 평소 열성적인 선거 조력자로 알려진 인물이고, J 씨는 현재 오 지사 캠프에서 조직관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 청취를 구실로 경선 대비 조직 점검과 결속을 도모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 입 닫고 해명 포기한 오 지사… 특보는 전화 걸어와 ‘으름장’

본지는 이번 논란의 실체를 규명하고 지사측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31일 제주도청 대변인실을 통해 오영훈 지사에게 다음과 같은 5가지 항목의 서면 인터뷰를 직접 요청했다. ▲ 한경면 모임의 성격과 주요 참석자 ▲ 관권선거 의혹 사과 기자회견 직후 비공식 모임에 참석한 이유 ▲ 해당 모임의 통상성 여부 및 유사 행사 참석 사례 ▲ 현장에서 나온 도지사의 메시지 ▲ 식사 비용의 결제 주체 등이다. 

그러나 제주도청은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면 인터뷰 요청 직후 여창수 대외협력특보가 기자에게 전화해 “현장에 공무원도 없는데 뭐가 문제냐”, “불법이 있다면 고발해라”, “왜 선거에 개입하느냐”고 거칠게 따졌다. 해명과 설득 대신 기자의 취재 의도를 의심하며 공격하는 고압적 태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정무적 질문에 대해 도지사 측이 논리적 방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오영훈 도지사에게 임용장을 받은 여창수 대외협력특보
■ 실제와 다른 해명, 법적 리스크도…임계치 도달한 ‘도정 사유화’

지사가 KBS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부차적 해명들 역시 본지의 영상 물증과 참석자 증언 앞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오 지사는 간담회 자리에 “20~30분 머물렀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9시 7분 도착해 20시 11분 자리를 떠났다. 1시간 4분 동안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는 본지가 촬영한 영상 파일의 ‘메타 데이터(Metadata: 사진 및 영상 파일에 포함된 시간, 위치 등의 정보)’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30분과 1시간의 시차를 단순한 기억의 착오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한경면 만찬은 공직선거법상 ‘제3자 기부행위’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사는 음식값을 ‘각자 부담’ 했다고 KBS에 밝혔지만, 청년회 측의 결제 정황과 참석자의 “초청받았는데 왜 내느냐”는 발언이 나오며 해명의 신뢰도에 의문이 생겼다. 실제 간담회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성 전 제주도 기획조정실장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합청년회가 결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지사는 제주MBC 보도로 불거진 ‘읍면동지’ 단톡방 관권선거 의혹에 대해 지난 26일 공식 사과하며 “갓끈을 고쳐 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한경면 이장단 간담회 논란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종합하면, 결국 해당 기자회견이 위기 모면을 위한 땜질 처방이었음을 보여준다. 공식 부서를 패싱하고 비선 보고를 통해 선거 측근들을 만나는 행태 역시 도정의 사유화가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본지의 이번 단독 보도와 관련해 경선 경쟁자인 위성곤 캠프는 “이장들과 지역 단체장 등 선거법상 중립의무가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식사비까지 단체 측에서 결제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명백한 법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를 조직적 관권선거 및 도정 사유화 의혹으로 규정,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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