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격변 이후, ‘예비내각'(Shadow Cabinet)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6일 공개한 「예비내각 제도의 운영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내각은 의원내각제에서 다수당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할 수 있을 때만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하며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가 대표적 예비내각 운영 사례로 꼽은 영국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하룻밤 사이 정권교체'(overnight transition)가 가능하다. 제1야당은 의회 내에서 내각과 동일한 구조의 예비내각을 꾸리고, 집권을 전제로 부처별 정책 대안과 내정자를 사전에 준비한다. 특히 영국은 총선 전 최대 1년 반 전부터 예비장관과 고위 공무원이 ‘사전 면담'(access talk)을 갖고 국정운영을 미리 조율하며 정권교체 직후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가 채택된 국가에서는 예비내각 도입이 쉽지 않다. 대통령제가 요구하는 장관 인선 절차는 복잡하며, 공직 임명은 청문회 등 입법부의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관 후보군의 경우 의원 외에도 학계, 관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탁되므로 예비내각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다만 보고서는 “예비내각은 야당이 정책 대안을 통해 정권을 준비하고 신뢰를 쌓는 정치제도”라며 “단순히 조기 대선과 같은 예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이 아니다”라고 성격과 한계를 분명히 했다. 조기 대선과 같은 돌발 상황에 대한 대안은 예비내각이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 운영을 개선하거나 헌법·법률 차원의 제도적 정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