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냐 여론조사냐…제주 정치권 행정체제 논란 극적 타결 가능할까

“이 여론조사는 불가합니다.”

이남근 도의원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둘러싼 제주도의회의 여론조사가 끝내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제주도정이 수용 불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상황에서 18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예비단계 성격의 ‘도민토론회’는 찬반 의견만 반복되며,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극적인 합의로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대안으로 이어졌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좌광일 도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과 이남근 제주도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김종현 사회적기업 섬이다 대표, 신효은 JIBS 보도국 부장,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방청석에는 도의원과 취재진, 도민 100여명이 자리했고, 제주도청과 김한규 국회의원실 관계자도 모습을 드러냈다.

토론회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제시됐다. 공론화를 마친 사안에 대해 다시 여론조사를 벌이는게 타당한지, 두 번째는 행정구역을 2개로 나눌 지, 3개로 할 것인지의 선택 문제다. 지역 사회와 정치권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마지막 쟁점으로 다뤘다.

찬성 측은 ‘도민 자기결정권’을 내세우며 여론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종현 대표는 “도민이 직접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민주주의 절차”라며 의회 주도의 조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반대 측은 이미 1년 이상 공론화를 거쳐 3개 행정구역 체제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는데, 의회가 여론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과 도민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맞섰다. 좌광일 위원장은 “공론화는 충분히 검증된 절차였다”며 “이제는 실행에 옮길 때”라고 못 박았다. 이남근 도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여론조사는 그만둬야 한다”며 “공론화 절차를 번복하는 선례는 도민사회에 큰 혼란만 남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택수 대표는 찬반 토론 대신 여론조사 문항 구성과 방법론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그는 선거 때만 가능한 ‘안심번호’ 조사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모바일 웹조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깊이 있는 조사가 가능하지만 고령층 조사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일부 ‘ARS 조사’ 방식을 혼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객관적 문항 설계를 다짐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더라도 결과를 둘러싼 해석과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다른 패널들의 우려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신효은 기자는 “여론조사 실시여부와 상관 없이 도민들에게 여론조사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문항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도민들이 사전에 생각할 시간이 있는 만큼 충실한 답변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토론회는 여론조사 실시에 대한 합의된 공감대까지 쉽게 이어지지 못했다. 이남근 의원은 “여론조사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이상봉 의장을 거듭 압박했다. 그는 “오영훈 도지사가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을 뚝심 있게 추진한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성실한 실패는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책임 있는 분들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갈무리했다. 좌광일 위원장 역시 “지금의 여론조사 논란은 모두가 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김한규 의원과 제주도정과 같이 책임 있는 분들이 지역의 미래와 도민들을 생각해 대화의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종현 대표만이 “도민 주권의 작동 없이 정치권의 합의로 논의를 정리한다는 것은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 잘못된(?) 공론조사를 바로 잡는 수단으로서의 여론조사를 거듭 내세웠다. 그는 8월까지 행안부가 주민투표를 요구하지 않으면 다음 도정으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넘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결국 여론조사 무용론을 확인한 동시에, 정치적 합의 없이는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직면하게 했다. 여론조사가 어떤 결과를 낸다 해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주의 정치권이 어떤 ‘플랜B’를 묘수로 내놓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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