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회 이상봉 도의장이 강행한 행정구역 개편 도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일, 오영훈 도지사가 기초자치단체 도입 도민운동본부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4일 예정된 출입기자 간담회에 앞서, 정리된 도정의 입장을 사전 설명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오 지사와 제주도정은 그간 도의회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내심 도정이 추진해온 ‘3개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도민 지지가 높게 나오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만약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결과가 확인된다면, 최근 거세진 행정체제 개편 논란이 수그러들고 탄력을 받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 지사는 9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타운홀 미팅과 연계,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요구와 연내 실시를 거쳐 2026년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럼에도 기초자치단체 출범 시점에 대해 변화의 기류도 포착됐다. 당초 2026년 지방선거에 맞춰 기초자치단체 출범에 힘을 실었던 오 지사는 이재명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보다는 앞선 2027년이나 2028년 출범도 가능하다고 선택지를 확장했다. 우선순위는 2026년이지만, 필요할 경우 2027년이나 2028년 카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선택한 셈이다.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2029년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제외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기초자치단체 부활 시점이 2027년이나 2028년으로 미뤄질 경우 도민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한규 의원과의 갈등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는 ‘2개 체제냐, 3개 체제냐’를 두고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분위기다. 오 지사는 타협이 어려울 경우 제4기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새로 꾸려 구역 조정을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김한규 국회의원도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김 의원은 세수와 인구 부족 문제를 거론하며, 3개 행정구역 체제에서는 동제주시가 서제주시는 물론, 서귀포시에까지 밀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기존에 조성된 첨단 단지의 활성화, 추가 기업 유치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동제주시의 발전 여지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재정조정 제도 도입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구상도 밝혔다.
도정이 거듭 불수용 의사를 밝혀왔지만 결국 오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오영훈 지사가 어떤 최종 입장을 내놓을지, 앞으로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내일(2일) 공개되는 도의회 여론조사가 칼자루를 쥐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