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은 정부와 제주도정까지 발칵 뒤집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교육청은 지나치게 태평하고 관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건 직후 예방 교육 강화와 순찰 활동 확대를 지시하는 공문을 내려보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9일 오후 서귀포 시내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여학생에게 접근해 “알바할래?”, “구경할래?”라며 차량 탑승을 유도했다. 다행히도 학생이 침착하게 차량 번호를 기억해 신고했고 경찰이 신속히 피의자를 검거했다. 사건 발생 당시 해당 학교에는 배움터 지킴이가 근무 중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배가된다. 교직원과 시니어클럽 인력 역시 경찰과 협력해 투입됐지만, 위기 대응 능력은 현저히 부족했다. 제도는 있으나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청의 안일한 태도다. 서귀포시 유괴 미수 사건 며칠 전 서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국과 언론이 등하굣길의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자화자찬하며 ‘남의 집 불구경 하듯’ 아무런 공식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해당 학교의 가정통신문을 살펴봐도, 아동 실종·유괴 예방수칙 안내문은 2022년 12월 이후 더 이상 발송되지 않았다. 교육청 차원에서 주기적 안전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만 이뤄진 셈이다.
정부와 교육청 간 태도의 차이도 선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과잉 대응이 안 하는 것보다 100배 낫다”며 즉각적 행동을 주문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대통령이 강조한 말이 아닌 행동의 원칙과는 정반대인 공문 중심의 형식적 대응에 머물러 있다.
제주도정도 범죄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경찰은 순찰 확대와 안전망 보강을 약속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기존 지침을 반복하며 자화자찬에 가까운 보도자료에 취해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책임져야 할 교육당국이 오히려 가장 뒤늦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선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더 이상 공문만 내려보내는 안전 행정이 아닌,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은 말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아도취적’ 구태 행정의 답습이 아니라, 즉각적인 변화와 행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