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3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교육예산이 전년 대비 185억 원 줄어든 1조 5천788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고 발표했다. 당장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드림노트북’ 사업이 불투명해졌고, 교육감을 비롯한 전 부서 업무추진비가 30% ‘삭감’ 되는 전례 없는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
김 교육감은 ‘보통교부금 감소’와 ‘전임자 시절의 시설 사업 부담’을 재정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지만, 안팎에서 방만한 재정운용이 봇물 터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우선, 오랫동안 도교육청의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해온 기금을 상시 세출 재원처럼 사용해 온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금의 본래 목적을 벗어나 매년 세입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전용해왔다는 지적이 도의회에서 단골처럼 나왔다. 그 결과 기금 잔액이 빠르게 고갈돼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판이자 재정 안정 장치인 기금을 평상시 운영비로 쓰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
또한 김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경직성 경비의 주된 요인으로 꼽은 ‘인건비’ 역시 현재의 교육청 내부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학령인구는 매년 줄고 있지만, 제주도교육청의 인건비 증가율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교직원 수와 행정 인력은 되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육감 취임 이후 단행된 조직 확대, 보직 신설, 행정업무 강화 조치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가피한 경직성 지출이라기보다, 교육청이 스스로 만든 비효율 구조의 결과라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시설 행정의 확대도 재정 부담을 키운 요인이다. 김 교육감은 취임 직후 학교시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 시설 관련 부서를 대폭 강화했다. 그로 인해 시설사업 예산 급증과 경상비 증가가 나타났다. 유지보수와 공사비뿐 아니라 인건비와 관리비가 함께 늘어나면서서 재정의 고정비 비중이 커졌다. 그럼에도 김 교육감은 이번 회견에서 “전임자의 시설 사업 때문에 예산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자기 책임을 물타기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교육재정 전반의 세입 기반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시·도교육청이 비슷한 여건 속에서도 기금 관리와 인건비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여력을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제주교육의 위기는 단순한 외부 요인으로 돌리기 어렵다.
이번 김광수 교육감의 예산 발표는 위기를 ‘표면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진단은 여전히 안쪽을 향하지 못하고 있다. 기금의 남용, 인건비 구조의 비대화, 시설 행정 강화로 인한 내부 팽창 등은 모두 교육청이 스스로 만들어 온 문제들이다. 외부 요인을 탓하기보다 내부 체질을 바꾸는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