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준 교사 사망 사건의 후속 처리를 둘러싸고 유족과 교원단체, 그리고 제주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비판에 교육청이 별도의 입장문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형식적인 절차 설명에 머물러 문제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나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 제주지부 등 6개 교원 및 학부모 단체는 23일 ‘순직 인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라’는 성명을 내고 교육청이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통해 고인의 과중한 업무와 민원 스트레스, 학교의 보호 부재를 인정하고도 정작 순직 인정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순직 인정은 사학연금공단 소관”이라는 이유로 한 발 물러선 도교육청의 태도를 사실상 책임 회피에 가깝다고 비판하며, 주체적으로 자료 제출과 절차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입장문을 통해 “유족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왔고, 법과 규정에 따라 순직 인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반박에 나섰다. 또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공개가 지연된 데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절차를 이유로 들며, 유족측에 정보공개 청구를 안내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유족과 교원 사회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장문 전반이 ‘연락을 시도했다’, ‘절차에 따라 안내했다’는 등의 기계적 설명에 머물러 있을 뿐, 왜 유족이 배제됐다고 느끼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진상조사 결과를 언론에 먼저 공개하고, 유족에게는 사후적으로 절차를 안내하며 정보공개를 청구하도록 한 행태는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교육청은 순직 인정 요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지만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문장과 달리, 실제 행정은 최소한의 의무 이행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유족과 교원단체 등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특혜가 아니라 사건의 무게에 걸맞은 태도와 설명인 만큼, 교육당국의 책임 있고 성실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