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민선 9기 위성곤 제주도정이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사의 ‘1호 공약’ 이행을 위해 편성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80개 사업, 155억여 원이 깎였다. 여기에 더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상임위 감액분에 더해 6천억 원대 전체 사업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도정의 첫 행정기구 개편 및 정원 증원안 역시 상임위에서 공무원 증원 폭이 축소되는 등 대폭 손질됐다. 역대 도정 출범 초기에 관행처럼 이어지던 ‘허니문’ 분위기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발목을 잡은 주체가 야당이 아닌 여당, 즉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이다. 제주도의회는 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기는 압도적 다수당 구조다. 그러나 예결위의 원점 재심사 선언을 주도한 김봉현 예결위원장은 물론, 조직개편안 심사에서 “빚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무원을 늘릴 게 아니라 뼈를 깎는 고통으로 숙고해야 한다”고 질타한 강성의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심지어 강 의원은 지난 당내 지사 경선 당시 위성곤 후보를 공식 지지 선언했던 핵심 우군이었다. 자당 지사의 1호 공약 예산과 첫 조직개편안에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 칼을 대는 역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진풍경을 바라보는 지역 정치권의 진단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먼저 위성곤 도지사의 정무적 리더십과 대의회 소통력 한계가 꼽힌다. 의욕이 앞선 당내 초선·소장파 의원들을 설득하고 다스릴 수 있는 가교 역할이 부재하다는 평가는 치명적이다. 도의원들과 물밑 협상에 나설 정무 라인의 스킨십 부족이 지적되는가 하면, 신설을 추진하는 ‘기후경제정무부지사’ 역시 미래산업 중심의 실무형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의회 정무 기능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도의회 정지작업 없이 속도전만 붙이다 보니, 공직사회마저 인사와 조직 재편 지연으로 관망세에 빠지는 악순환이 빚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둘째는 민주당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누적된 당내 계파 간 갈등이 표출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의회 내에서 강한 견제구를 던지는 축이 문대림 국회의원 계열 인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기 당권과 지역 정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정 초반 집행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의회의 협조 없이는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인 셈이다.

원칙적으로는 자당 단체장이라도 엄정하게 예산과 정원을 검증하는 의회의 감시 기능이 바람직하다. 거수기 역할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회의 선언은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성과를 평가받아야 할 임기 후반부가 아닌, 일을 막 시작해야 할 출범 첫 달부터 벌어지는 거친 대립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정무적 타협과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정지작업이 생략된 채 계파 싸움이나 주도권 다툼으로 치달아 도정이 식물 상태에 빠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민생 회복을 기다리는 도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위성곤 도정 역시 지금의 난국을 ‘대의회 정무 기능의 조속한 복원’과 ‘실질적 협치’라는 근본적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명분 없는 세 대결을 멈추고 당정 간 대화 및 협상 테이블을 조속히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