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성] 매주 목요일 돌아오는 <뉴스톡> 시간입니다. 오늘도 시사 팟캐스트 <고칼의 제주팟>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 해볼까요?
[고재일]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의 새해 예산이 지난 14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물론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논란이나 잡음이 없었던 때가 있기야 하겠습니까만,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논란이 있어서 청취자 여러분들과 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제주도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는 도내 학부모 영어 교육 동아리 ‘들엄시민’에 대한 팩트체크를 준비해 봤습니다.
[류도성] 네, 그렇군요. 일단 ‘들엄시민’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들엄시민’의 의미가 우리 제주어로 ‘듣다보면’ 뭐 이 정도 아니겠습니까?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과도한 영어 사교육 열풍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부모와의 교감을 통해 아이들의 행복과 주체성 확립 등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동아리인데요. 이석문 교육감이 과거 전교조 제주지부장 시절에 몇몇 학부모들과 함께 만든 동아리인 관계로 대표적인 이석문표 정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과정은 이렇습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애니메이션이나 교육자료 등을 자막 없이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그대로 틀어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 능률을 높여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동아리 활동의 취지라고 합니다.
[류도성] 아이들에게 편안한 영어교육환경을 만들어줘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하자는 취지 자체는 그다지 나쁜 것 같지 않습니다만? 이게 왜 몇년 동안 논란이 되는 걸까요?
[고재일] 네, 일단 올해 어떤 과정으로 논란이 됐는지를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당초 제주도교육청은 ‘들엄시민’ 지원 예산 624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만,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이 됐습니다. 이후 예산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언론 기고와 몇몇 언론사를 통해 제기가 됐고, 결국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본회의 상정 하루 전인 지난 13일 부대조건을 달고 관련 예산의 절반인 3120만원을 살려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 전화와 문자 폭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제가 방금 ‘들엄시민’에 대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학습자료를 틀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드리지 않았습니까? 학습 자료는 외국어학습관이나 일선 학교에 많이 구비가 됐으니까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동아리 활동의 취지가 그런 것인데 왜 꼭 해마다 수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줘야 하느냐는 것이 교육위의 시각이었습니다.
[류도성] 듣고보니 일리 있는 지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그렇다면 ‘들엄시민’ 예산이 어떻게 구성이 됐습니까? 그걸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고재일] 네, 물론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전체 교육청 예산에 비할바가 있겠습니까만, 수천만원의 도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내역을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겁니다. 전액 삭감됐다가 예결위에서 절반이 살아나기는 했습니다만, 원래 편성안 6240만원은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동아리연수와 워크숍이 4번 계획되어 있고요, 그 밖에 자료제작비와 운영비 등이 포함된다고 하는데요. 전체 예산의 80% 정도인 4800만원이 바로 멘토들의 활동비로 편성됐다고 합니다.
[류도성] 예산의 상당부분이 인건비로 구성이 됐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멘토는 어떤 일을 하시는 분들인가요?
[고재일] 네, ‘들엄시민’ 동아리 활동을 2년 이상 유지한 분들을 자체적으로 멘토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현재 30명 가량이 있다고 합니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봤는데요. 일단 이렇습니다. ‘들엄시민’ 교육은 학부모 혼자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보니, 멘토를 통해 학습과 관련된 조언도 받고 사교육의 불안감 조장에 흔들리는 회원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 멘토들에게 최소한 교통비라도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입니다.
[류도성] 이게 어쨌든 이석문 교육감이 취임한 2014년 이후부터 매년 예산에 반영됐다는 거죠?
[고재일] 네, 2014년 추경 편성 2375만원을 시작으로 현재 5년째 편성되고 있습니다. 예산 규모를 보니 적을 때는 1천만원인 경우도 있었는데요 올해 예산은 관련 예산 편성 금액이 3억1천만원에 이릅니다. 합계를 내보니까 현재까지 모두 4억5천만원 정도가 투입됐습니다.
[류도성] 올해 예산은 왜 갑자기 뛰어오른거죠?
[고재일] 네, 조금 특수한 상황인데요. 제주도교육청이 ‘들엄시민’ 동아리 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방송물 제작을 의뢰했는데요. 2억5천만원을 들여 EBS에 의뢰해 동아리 활동 사항을 담고 지난 9월 두 차례에 걸쳐 방송이 나갔다고 합니다. 별도의 성과 분석은 없었다고 합니다.
[류도성] 그런데, 제가 몰라서 묻는 말인데요…지금까지 수억원의 보조금이 사용됐는데도 성과 분석이나 평가가 없을 수가 있나요?
[고재일]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들엄시민’ 예산은 보조금이 아닙니다. 80%에 달하는 멘토 활동비인 경우는 학교회계 전출금이라는 항목으로 사용되고 있고요, 연수관련 경비는 교육청의 운영비로 집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보조금 사업에 비해 자격요건이라든가 심의, 사후 정산이나 성과 분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겁니다.
[류도성] 방금 자격 요건을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럼 동아리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말인가요?
[고재일] 아닙니다. 보조금이든 일반 운영비라 할지라도 개인이나 학부모 동아리 상관 없이 사업 공모 등을 통해 예산 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심사를 거쳐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들엄시민’ 학부모 동아리인 경우 예산 지원 방식이 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 만들어진 <제주특별자치도 학교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라는 것이 있는데요. 학부모의 권리와 책무를 다룬 제19조에 “교육감은 학부모의 학교 교육활동 참여를 목적으로 구성된 조직 및 동아리가 학교 교육활동 참여ㆍ지원 사업을 하는 경우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습니다만 이석문 교육감 취임 이후인 지난 2015년 11월에 새롭게 포함된 항목입니다. 교육청에 확인을 해보니 해당 항목을 적용해서 예산 지원을 받고 있는 학부모 조직과 동아리는 ‘들엄시민’이 유일합니다.
[류도성] 그래도 많은 학부모들이 몇년씩 동아리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학습에 대한 만족도가 완전히 없다는건 아니라는 반증 아닐까요?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성과도 모호한데 교육감과 연관된 특정 동아리라고 수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문제다라는 도의회의 시각도 분명 일리가 있고요..학부모와 아이가 자율적으로 공감하는 장기적인 교육 동아리 프로그램에 평가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무리라는 동아리측의 설명도 어느 정도 납득은 됩니다.
다만, 예결위가 예산을 절반 가량 살리면서 도민들의 세금을 담보로 한만큼 조건부로 성과분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해마다 적지 않은 규모의 공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정량적 데이터나 도민 사회를 설득시킬 논리가 새로 나오지 않는다면, 해마다 논쟁은 반복될 것이고 도민들의 피로감만 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류도성] 네,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뉴스톡> 오늘은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해마다 반복되는 ‘들엄시민’ 예산 논란에 대한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