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성] 매주 목요일마다 돌아오는 <뉴스톡> 시간입니다. 오늘도 시사 팟캐스트 <고칼의 제주팟>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습니까?
[고재일] 지난 달 조건부 허가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리병원 이슈가 요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 문제 정리해 보겠습니다.
[류도성] 그러고 보니 중국계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허가가 난지 이제 한 달 하고도 스무날 정도가 지났군요. 그런데 많은 청취자 분들 아시겠습니다만 아직 병원 운영을 시작하지 않고 있어요?
[고재일] 네, 맞습니다. 조건부 허가 당시만 하더라도 곧바로 진료를 시작할줄 알았는데. 아직도 개원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나마 있던 직원들도 빠져 나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녹지국제병원에서 130여명 정도가 일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 두가지가 알려졌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녹지 측이 영리병원 사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병원 건물이 가압류 됐다는 것입니다.
[류도성] 좋습니다. 한 가지씩 살펴보죠. 사업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병원 안 하겠다’는 거죠?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KBS제주방송총국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병원개설 허가 이전 시점인 지난해 10월 쯤 제주도가 녹지측에 공문을 보냈는데요. 직원들의 고용 승계 가능성과 병원 건물 매각 등에 대해 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 녹지측은 비용 발생을 이유로 제주도가 빨리 인수방안을 제시하거나 제3자 매각을 도와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사실 그동안 녹지 측이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거든요. 그나마 도민 수준에서 알고 있는 것이, 조건부 허가 직후에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줘라’ 이 정도 아니었겠습니까? 원희룡 지사가 조건부 허가를 발표하는 기자 회견에서도 내세운 논리가 행정의 신뢰도 외에도 투자자 손실에 따른 법정 문제 또는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보면 전혀 몰랐던 속사정이 공개된 셈이죠. 원 지사가 매각이나 공공병원 전환 등 다각도로 검토해봤지만 이게 최선이라고 설명하고는 있습니다만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목소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류도성] 병원 사업자가 의지를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착각이었던 셈이군요?
[고재일] 어쨌든 조건부 허가가 녹지측이 원하는 결론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병원 건물이 채권자들에 의해 가압류 된 상태라는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습니다.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 월요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2017년 9월 헬스케어타운 시공사들의 관련 소송 제기가 있었음을 공개했습니다.
제주도는 부동산 가압류 건에 대해 개원을 못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라고 주장하고는 있습니다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은 원희룡 지사가 가압류 사실을 몰랐다면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개원을 허가했다면 병원의 사업계획서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부실심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류도성] 직원들은 빠져 나가고, 병원 건물은 가압류에 걸려 있는데…병원이 문을 열기는 열까요?
[고재일] 물론 저도 알 수는 없습니다. 일단 지난 달 5일 조건부 개설 허가가 났으니까 의료법에 따라 90일이 되는 오는 3월 4일까지 개원하지 않으면 청문절차 등을 거쳐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제주도와 녹지 측이 내국인 진료 허용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만큼 시한이 도래하더라도 논란이 끝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핵심은 결국 ‘내국인’ 진료 가능여부 같은데요. 내국인 진료는 못하게 조건을 달았다는 제주도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앞으로의 가장 큰 쟁점이 바로 그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 말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장담이 어렵습니다. 일단 제주도는 투자개방형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곳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제주도특별법 307조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요. 단서 조항으로 ‘개설요건은 도 조례로 정한다’는 대목이 붙어 있습니다.
거기에다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한다는 허가 조건에 대해 이미 보건복지부로부터 법 위반이 아니라는 공식 답변까지 받았다며 문제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제주도특별법을 개정해 이 부분을 명문화 한다는 계획입니다.
[류도성] 녹지 측은 어떤식으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입니까?
[고재일] 사실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녹지 측의 주장도 막무가내로 치부하기만은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이미 제주도에 보낸 공문에서 2015년 허가 당시 정부가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실제로 과거 정부의 발표 내용들을 보면 이런 해석이 가능할 것도 같다는 판단입니다.
정부가 과거 두 차례 영리병원과 관련한 중요한 발표를 했는데요. 우선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과 박근혜 정부인 2015년입니다. 2009년에는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을 조건부로 수용하기로 했다는 검토의견을 국무총리실 제주도지원위에 제출했다는 내용이고요, 2015년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사업계획서 승인 시점입니다.
[류도성] 벌써 10년이 넘은 얘기군요. 발표 당시에 어떤 내용들이 담겼습니까?
[고재일] 먼저 2009년 발표자료는 이렇습니다. “제주도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이 우리나라 및 제주도의 보건의료체계와 건강보험제도, 산업적인 측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며 “제주도민들의 우려 사항에 대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와 법인 허가제 등의 조건을 부여하고, 공공의료강화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고요.
사업계획서 승인 시점의 자료를 살펴보면요 “내국인의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병상규모와 의료인, 지리적 제한 등을 감안할 때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주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적요건 등을 심사한 후 개설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보자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한다’, ‘내국인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항목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내국인 이용을 전제로 한 표현이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고요. 아무리 특별법과 특별법이 위임한 조례 등의 장치가 있다지만 법적요건만 심사토록 한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 금지’라는 조건을 다는 것은 재량을 벗어난 과잉금지가 아니냐는 주장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주도가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법적 테두리가 애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재로서는 ‘내국인 진료 금지’가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류도성] 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뉴스톡> 지금까지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