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끄나풀’ ‘X새끼’…악플 방치한 ‘제주의소리’는 책임 없나?

명예훼손 및 비방 금지 등 ‘댓글 관리운영기준’ 유명무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2공항반대 범도민행동이 22일 오전 인터넷신문에 달린 악플(악의적 댓글) 작성자와 작성 경위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 고발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추진을 발표한 지난 2015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에 게재된 550여개의 관련 기사에 첨부된 1만6700여개의 댓글을 분석하고, 모욕과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가 있는 댓글 각 10개씩을 추려 모두 30개를 고발장에 담았다.

해당 악플들은 제2공항 관련 기사에 댓글란에서 반대위 관계자들을 향해 ‘빨갱이’ 또는 ‘북한의 끄나풀’이라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물론, ‘돈을 더 받기 위해 반대한다’처럼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 고발에 앞선 기자회견 자리에서 “댓글 세력은 지난 3년간 인터넷에서 우리를 가짜사실을 유포하고 파렴치한 단체로 매도했다. 어떤세력이 댓글작업을 했는지 밝혀져 응분의 대가를 받기 원한다”며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벌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악성댓글을 단 조직적 세력이 있는지, 그 집단이 누구의 지시나 사주를 받고 범죄 행위를 벌였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므로, <고칼의 제주팟>은 이번 논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악성 댓글을 방치한 언론사는 책임에서 자유롭나?’

댓글은 추상적인 여론을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의도적인 왜곡이나 인신공격 등의 폭력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익명에 숨어 특정 세력의 조작 가능성 문제 역시 제기되어 왔다.

댓글이 모이는 기사는 평균적으로 클릭수가 높다. 때문에 일부 언론과 포털 등은 해당 기사를 이용해 댓글간 충돌을 유도하고 이를 방조해 ‘인기기사’로 키우는 이른바 ‘댓글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비판이 커지자 포털과 언론사들은 자체적으로 댓글을 거르는 기준을 마련했다. 제주 지역 언론사 가운데 가장 많은 ‘댓글러(?)’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제주의소리’ 역시 비슷한 잣대가 있다.

‘제주의소리’ 댓글 관리운영기준은 모두 6가지 위반 사항에 대해 삭제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첫 째가 저작권이나 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이고, 둘 째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근거 없는 비방 게시물이다. 셋 째는 게시판 특성상 제한되는 내용. 넷 째, 반사회성 게시물. 다섯 째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여섯 째 기타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률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다 하더라고 상식적인 수준으로 생각해 보면 성산읍 반대대책위와 범도민행동이 문제 삼은 댓글이 관리운영기준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댓글 상당수가 적게는 몇 달, 많게는 몇 년 가량 방치된 셈이다. 관리상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겠지만, 순식간에 수만, 수천개의 댓글이 달리는 포털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제주의소리’는 자신들이 마련한 댓글 관리운영기준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돌아보면 ‘제주의소리’에서 비롯된 댓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3월 당시 이은희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모 인터넷신문에 저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이 연이어 댓글로 올라오고 있다. 여성으로서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성적 여성 비하와 악의적 허위사실들”이라며 경찰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 전 국장에 따르면 자신이 불륜이라는 소문이 댓글 내용이 퍼지면서 동료들이 진위를 물어본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의 부인이 사무실로 찾아오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수사 결과 밝혀졌지만, 해당 댓글은 제주도의회 소속 공무원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사자는 공무원에서 잘린 것은 물론 법정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여성 공무원이 3류 찌라시 같은 댓글 내용에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서 ‘제주의소리’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내 머리에 남은 기억은 없다.

이 밖에도 <고칼의 제주팟>이 제주CBS 뉴스톡을 통해 지난해 제기한 방송인 허수경씨의 팟캐스트에서도 댓글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원희룡 도지사의 치적을 띄우고, 전임자를 깎아 내리기 위한 다소 의도가 보이는 댓글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팟캐스트 방송의 모든 것을 준비했다는 허수경씨는, 이후 제주도 공무원이 해당 댓글을 뽑아 자신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해당 댓글은 모두 제2공항과 오라관광단지 등을 담은 ‘제주의소리’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었다. 노골적으로 우근민을 까대는 댓글이었고, 당시 선관위 관계자로부터 ‘우근민 전 지사가 명예훼손으로 걸면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글’이라는 답을 들었다.

색깔론과 특정 지역 비하 발언 등으로 단순한 보수 성향을 넘어 이른바 반인륜적 사이트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는 ‘일베’(일간베스트)는 원래 온라인동호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게시물 코너였다. 무질서한 수 많은 게시물과 참여 댓글로 이제는 누구 하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약자나 소수를 비하하고, 어느새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행세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괜한게 아니다. ‘제주의소리’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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