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강충룡 제주도의원의 지난 달 동성애 혐오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 미디어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당사자를 만나 발언의 취지와 유감 여부를 묻는 인터뷰 기사는 고사하고 발생하는 사실조차 제대로 기록하지 않고 있다.
도내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연대는 어제(12일) 국민의힘 강충룡 도의원과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피진정인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강 의원이 지난 달 23일 학생인권 조례안 표결을 앞두고 사전 반대 토론을 신청, 동성애와 동성애자가 싫다는 혐오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조례안은 청소년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취지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며 상임위인 교육위원회가 원안을 폐기하고 새롭게 내용을 고쳐 통과시킨 바 있다.
조례안에 대한 논쟁과 찬반 토론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개인적 생각이나 평가 역시 도덕적 잣대로 강제할 수는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 공식화하는 순간 문제의 차원은 달라진다. 유권자를 대리해 공적인 신분을 획득한 도의원이 사석도 아니고 공개석상에서 ‘싫다’는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한 것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진정서 제출 사실을 지면에 실은 매체는 4개 일간지 가운데 <뉴제주일보>가 유일하다. (5면 하단) <한라일보>와 <제주일보>는 인터넷판으로 기사를 출고했지만 지면에는 싣지 않았으며, <제민일보>는 인터넷판이나 지면 어디에도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KBS제주>와 <JIBS제주방송>이 뉴스 단신에서 해당 내용을 전했고, <제주MBC>는 다루지 않았다. 인터넷신문 가운데 <제주의소리>가 비교적 기자회견 내용을 소상히 보도했고, <제주투데이>, <뉴스제주>, <헤드라인제주>가 관련 소식을 챙겼다. 다른 매체에 비해 교육계 관련 소식에 주목해 온 <미디어제주>와 제주도의회 소식과 동정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제주경제신문>에서는 해당 기사를 찾지 못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