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뉴스 톺아보기(3월 2주)

▲ 프로그램 : KBS제주방송총국 <탐나는 제주>

▲ 방송일자 : 3월 15일(월) 오후 5:30~6:00


[앵커] 꼼꼼한 뉴스 모니터와 분석으로 시청자 여러분의 현명한 미디어 소비를 돕는 <제주 뉴스 톺아보기> 차례입니다. 뉴스 길라잡이 고재일 기자와 일간지 1면 사진부터 살펴 보죠.

[고재일] 애묘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9일자 <제주일보> 1면 사진에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얼핏 ‘범 내려 온다’처럼 보이는데, 아니죠. 자세히 보니 ‘고양이 내려온다’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호피 무늬 같은 얼룩 고양이가 광어 한 마리를 물고 재빠르게 도망치는 모습을 담은 사진 때문입니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안도로의 한 양식장 앞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필요한 것은 스피드!’라는 사진 제목에서도 재치가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앵커] 찰나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사진 하나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두 번째 사진 소개해 주시죠?

[고재일] 동물 사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원래 겁이 많기로 알려진 동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루죠. 그런데 노루의 박력 있는 모습이 지난 9일자 <한라일보> 1면에 담겼습니다. 머리를 밀며 대치하고 있는 두 숫노루,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 같지는 않고요. 암컷을 두고 서로 싸우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모처럼 보기 드문 한 컷의 사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노루는 대표적인 일부다처제의 동물이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본격적인 서열다툼이 3월부터 시작해 번식기인 9월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앵커] 불꽃 튀는 사랑 싸움의 결말이 궁금해 지기도 하는데요. 계속해서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 볼까요?

[고재일] 노루 만큼이나 요즘 중앙정치의 서열 다툼에 관심이 많은 분이 있죠. 바로 원희룡 제주도지사인데요. 제2공항 문제를 정치 이슈로 사실상 선언한 지난 10일자 기자회견 사진이 <제민일보> 11일자에 실렸습니다. ‘원희룡 지사 “제2공항 정상추진해야”’라는 1면 톱기사의 관련 사진인데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지난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제2공항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죠. 제2공항을 정치 쟁점으로 끌고 들어간 원 지사의 선택이 중앙 정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기자회견 이후 도민 사회의 찬반 갈등이 격화되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정치권이 책임을 지는 자세로 지혜와 해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고재일] 그런가 하면 <뉴제주일보> 12일자 1면은 제주에서 열린 동일본대지진 10주년 기념 행사 참석자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원희룡 도지사와 정민구 부의장 등이 참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사진 가운데 키가 큰 인물이 바로 이세키 요시야스 주제주일본국총영사라고 합니다. 이세키 총영사가 인사말을 통해 “일본이 대지진 발생 당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복구가 가능했던 건 제주도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보내준 따뜻한 지원 덕분이다. 제주도민께서 보내주신 성금과 편지, 응원메시지 등 온정어린 지원을 일본 국민들은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하는군요.


[앵커]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모처럼 제주에서 열린 의미 있는 행사가 더욱 반가워 보이는데요. 두 나라의 훈훈한 관계 회복의 시발점으로 작용해 보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계속해서 기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차례죠.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한 주 동안의 제2공항 보도 내용을 분석해 주신다고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방금 1면 사진으로도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지난 주부터 제주 사회를 달군 이슈가 바로 제2공항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지난주에 나온 제2공항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편의상 3개의 지상파 방송과 4개 지역 일간지를 대상으로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일간지는 지면 보도를 중심으로, 방송 기사의 경우 각사의 메인 뉴스를 참고해 4가지 특징을 정리해 봤습니다. 3월 8일부터 12일까지 7개 매체를 통해 모두 79개의 기사가 나왔는데요. 우선 첫 번째 특징으로 찬반 갈등 목소리에만 주목한 1차원적 보도가 많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79개 보도 가운데 상당수가 제2공항 찬반 단체별 주장과 정치권의 목소리를 단순 전달하는 수준의 보도였습니다. 

[앵커] 원 지사의 기자회견 이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얼핏 이해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만…여러 곳의 주장만 전달만 하다 보면 정작 이슈의 본질이 덮이지 않을까 우려되는데요?

[고재일] 좋은 지적입니다.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뒤섞여 전체의 그림이나 맥락을 보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때문이 이런 시기일수록 저널리즘이 가장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이 바로 기획보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일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송뉴스의 기획보도가 두드러졌다는 것을 두 번째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JIBS>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성산읍 지역의 토리 거래 현황을 분석, 임야 쪼개기 형식의 거래와 위장 전입 의심 사례가 나타났다고 보도했고요. <KBS제주>는 원 지사의 제2공항 정상 추진 선언이 도의회와의 합의를 파기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전문가 인터뷰로 팩트체크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제2공항 사업에서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원 지사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판단을 통해 ‘사실보다 주장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앵커] 뉴스의 홍수 속에서 언론의 발품과 노력을 담은 기사가 가장 빛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계속해서 세 번째 특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재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제주도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성 기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9일 저녁 <KBS제주>는 2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달 발표한 제2공항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을 묻는 또 다른 여론조사인데요.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따라서 제주도는 전체 도민 뜻에 따라 반대 의견을 내야하며 국토부 역시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10일자 <제민일보>는 <제주도 제2공항 명확한 입장을 밝힐 때다>라는 기자 칼럼에서 “찬반측이 모두 수용 할 수 있는 대안은 현실적으로 없어 찬성과 반대측 가운데 한쪽을 끌고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느 선택이든 반발하는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하고, 봉합대책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줄여나가는 방법이 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KBS제주>는 도민들의 뜻이 이러니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와 같이 반대 의견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볼 수 있고요. <제민일보> 보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눈치보지 말고 과감하게 찬성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 특징으로 어떤 것을 꼽으셨나요?

[고재일] 제주도의 입장 발표를 앞두고 찬성 의견 광고와 기고가 지역 일간지에 일제히 게제된 점을 눈여겨 봐야 하는데요. <제민일보>와 <뉴제주일보> 9일자, <한라일보>와 <제주일보>는 10일자에 각각 “제주 제2공항은 제주 미래의 희망이다”라는 서귀포시 지역 여러 자생단체의 찬성 광고가 실렸습니다. 이 밖에도 <뉴제주일보> 8일자 <제민일보> 10일자에 서귀포시 주민의 제2공항 찬성 기고를 지면에 편성했는데요. 도내 일간지들이 직접 나서 제2공항에 대해 찬성 취지의 보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광고나 기고문을 통해 찬성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이렇게 펼쳐놓고 살펴보니까 제2공항과 관련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여러 언론사의 보도를 두루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전해주실까요?

[고재일]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민일보>의 지난 달 10일 나온 여론조사 보도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몇 주 전 전해드렸는데요. <차기 도지사 ‘경제·전문가’ 49.6% 선호>라는 문제의 여론조사 기사는 결국 선거여론조사 보도라고 판단한 선관위가 지난 9일자로 <제민일보>와 여론조사 업체에 서면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공직선거법 108조 ⑫항은 ‘선거여론조사기관이 아닌 여론조사기관 또는 단체가 실시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공표 또는 보도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주)미래한국연구소의 선거여론조사 보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제민일보>는 당시 1면과 3면에 걸쳐 각각 ‘제주 민생 도민 여론조사’ 또는 ‘민생현안 설문조사’라는 타이틀로 차기 도지사 후보군을 묻거나 원희룡 도정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는데요. 1면 톱기사에서 <제민일보>는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위축 장기화가 제주도민들의 도지사 선호도를 바꿨다며 중앙 정부 절충 능력이나 리더십을 앞세운 정치인·공직자보다는 현실적인 경제 회복 대안이나 지역 사회 갈등에 해법을 제시할 경제인 등 전문가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오늘 <제주 뉴스 톺아보기>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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