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톺아보기] 이석문의 유산(?) ‘IB’…우리가 알던 그 교육이 아니라고

▲ 프로그램 :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

▲ 방송일자 : 7월 8일(금) 오후 6:30~7:00

[MC]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뉴스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시사팟캐스터 고재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최근 도내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슈죠. IB 교육과정에 대한 현안 중심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MC] 표선고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한 얘기 준비하신 것 같은데요. 일단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청취자 여러분들 위해 먼저 IB교육이 어떤 것인지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흔히 ‘바칼로레아(Baccalaureate)’ 하면 우리나라 수능과 유사한 프랑스의 대입 시험 평가 제도라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역사는 제법 오래됐더라고요. 1806년 나폴레옹 시대부터 시작된 평가 제도라고 하는데요. 몇몇 철학 문항인 경우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오늘 저희가 다룰 교육 프로그램인 ‘IB’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에서 이름만 부분적으로 차용한 교육제도입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 바칼로레아’라는 곳에서 지난 1968년부터 운영하는 국제 공인 교육 프로그램인데요. 미국과 일본, 에콰도르 등에서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돼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 세계 159개국, 5400개 이상의 학교에서 74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을 지닌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 목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MC]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육 체계라는 점은 그만큼 공신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현재 영어교육도시의 일부 국제학교를 비롯해 전국적으로도 몇 곳에서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구성이 됐나요?

우리나라가 초등학교 6년,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3년씩 진행되는 6-3-3인 반면, 미국인 경우 5-3-4로 국가별로 학제가 제각각인 사실은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당초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고안된 IB는 나라별 학제를 공통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크게 3~12세 유초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초등 PYP, Primary Years Programme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11~16세 중학 과정인 중등 MYP Middle Years Programme, 그리고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2년 과정의 DP, Diploma Programme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DP 과정을 통과하면 대학입학 자격이 부여되는데요. 6과목에 걸쳐 45점 총점에 최소 24점을 넘어야 합니다. 6과목도 세부적으로 구분이 되는데요. SL, 스탠다드 레벨 3과목에 더해 HL, 하이어 레벨 3과목을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데요. HL 과정에 대해 일부 대학교에서는 선행 과정으로 보고 학점을 인정해 준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교과 과정 외에 핵심과정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철학과 도덕, 논술 등을 통합한 종합 사고 훈련 과정인 TOK, Theory of Knowledgy 지식이론이라는 것이 있고요. 개인연구 소논문을 작성하는 Extended Essay, 예술과 창의활동, 체육활동 영역인 Creativity, Activity, Service, 줄여서 CAS라는 것이 있습니다. 

[MC] 지금 소개한 추가 핵심과정은 솔직히 이름만 들어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종합적으로 보자면 흔히 또래들이 배우는 같은 과목이 아니라 일부 과목은 대학에서 학점을 인정할 정도의 선행 학습으로도 생각이 되는데…그러다면 조금 난이도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고등학교 과정에 더해 기존 대학교 1,2년 교양 과정 수준의 레벨을 압축한 교육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입니다.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보니 시간 안배를 잘 해야하고,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을 비롯해 전담교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IB의 언어 정책에 따른 영어실력 역시 관건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국내 IB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국제학교 학생들인 경우 영어 사교육을 받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하고요. 제주도교육청 내 담당 부서의 직원들 모두 영어가 유창한 전담 교사들로 꾸려졌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영어 외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등 사용 범위가 비교적 넓은 언어권을 중심으로 한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MC] 지금 언어 얘기를 해주셨습니다만, 제주에서 IB 프로그램이 시행중인 표선고등학교는 국내 다른 학교와는 달리 한국어 교육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IB 교육프로그램은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3가지 언어를 기본으로 추진되는 교육과정입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내 NLCS제주와 브랭섬홀 아시아 등의 국내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를 비롯해 경기외고 등 일부 공교육에서 일부 학급에 한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도교육청과 IB본부가 체결한 협력각서에 따라 표선고등학교 내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만 예외적으로 적용한 방식이 아니라, 전 세계 50여개 언어권에서 협약을 통해 해당 모국어를 통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표선고 학생들인 경우 IB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더라도 협약에 따라 6개 영역 가운데 영어와 예술교과만 최종 시험을 영어로 응시하면 되는데요.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IB의 당초 교육 취지와 결이 다른 결정이라 어떤 취지인지 궁금해 협력각서 내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습니다만, 해당 문건은 제주도교육청과 IB본부 상호가 동의한 비공개 자료로 열람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MC] IB 프로그램의 찬반을 떠나 분명히 비판적 사고와 국제적인 마인드 같은 교육적 취지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분들 많으십니다. 다만,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 그대로 도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여전한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도입이 추진됐는지 한번 정리해 주시죠?

제주특별법 자율학교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제주도교육감은 4년 단위로 교육과정과 교과, 학년도와 학기 및 수업일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석문 전 교육감이 지난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제주형 자율학교 추진과 맞물려 공교육에서 국제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교육감이 재선을 앞둔 2017년 말부터 IB 학교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는데요. 수월성 교육으로 추진되는 국제학교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읍면지역 학교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이 이뤄진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IB 교육을 수월성 교육으로 바라본 시각에서는 제주외고나 제주시 동지역 일반계고 가운데 시범학교를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제주외고는 당시 제주도교육청이 일반고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대정고등학교를 IB시범학교로 지정하려 했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로 포기해야겠고, 이어 성산고등학교를 시도했지만 역시나 이루지 못했는데요. 결국 최종적으로 도입 협상이 이뤄진 곳이 바로 지금의 표선고등학교로 2019년 11월 시범학교가 됐고, 2021년 월드스쿨로 지정이 됐는데요. 첫 프로그램 대상인 지금 고2 재학생과 고1 학생 등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3학년을 대상으로는 IB DP 수업이, 그리고 1학년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 공통과목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MC] 표선고등학교는 현재 IB 월드스쿨로 공식 지정이 된 곳이고, 표선고 외에도 IB 교육프로그램 관련 학교가 몇 곳 더 있죠?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나름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하니 관련 정보나 절차를 문의하는 ‘관심학교’ 단계가 있고요. 더 나아가 IB 본부가 직접 우리 학교를 방문해 교육 프로그램 도입이 적절한지 살펴봐달라, 교사들 역시 교육 워크숍을 이수하겠다고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후보학교’, 최종적으로 인증 기준을 충족해 IB본부의 최종 검증을 거쳐 5년 단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는 ‘월드스쿨’이 있는데요. 표선중학교와 성산중학교 등 중학교 2곳을 비롯해 토산초, 표선초, 온평초, 풍천초, 그리고 제주북초 등 모두 7개의 후보학교가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현재 7개 후보 학교 모두에 대한 월드스쿨 인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MC] 도민들이 선택한 김광수 교육감은 IB 프로그램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엊그제 활동을 끝낸 교육감 인수위원회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는데…어떤 이유에서인지 설명해 주시죠?

교육감 선거에서 이석문 후보는 제주 공교육 전반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김광수 교육감은 더 이상 확대는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졌습니다. IB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로열티와 학생들의 선택권 제한 문제 등으로 교육현장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고 봤는데요. 학교당 연간 수천만원의 로열티를 IB 본부에 납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종 자격 시험 응시료 역시 학생 1인당 수백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IB 학교 지정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교육시스템은 물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인데요. IB본부가 비영리 단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때문에 김 교육감은 IB 교육 확대를 이석문 전 교육감의 대표적인 불통정책으로 간주했고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인데요. 결국 이게 먹혔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관련해서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성과 분석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MC] 사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면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IB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이수하고 있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표선고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교육감이 바뀌면서 IB교육과정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김광수 교육감이 기존 학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요. 성과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청이나 학교 관계자 등은 현재 표선고 재학생 가운데 10% 정도만이 IB DP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제학교나 경기외고 등 다른 지역 학교와 비교하면 현저한 격차라 할 수 있는데요. 결국 나머지 90% 가량의 학생들은 IB 타이틀 없이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능 최저 등급을 반영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좁은 문 사이에서 스스로 진로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은 적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MC] IB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일반고 과정으로 전환할 기회는 전혀 제공되지 않는 것입니까?

제가 예전에 표선고등학교 입학설명회 자료를 한번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자료 한쪽 구성에 작게 뭔가 적혀 있더라고요. 표선고에 지원을 한다는 것은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것이고, 이는 정시모집과 같은 기존 교육과정에서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치 보험 약관 구석에 붙은 계약자 유의사항을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학생이 중도에 포기할 경우 학교 내에서는 아무런 대체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하는 방안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교육 프로그램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으로서는 쉬운일이 아닐겁니다. 여기에 더해 부정입학 등의 이슈로 현재 정시 전형을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되고 있는데요. 중도 탈락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현재까지는 전무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MC]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IB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게 피부로 느껴진다고요?

표선면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강연호 도의원은 ‘지역이 살아나고 있다’고 단호히 얘기합니다. 실제로 표선고 졸업생이기도 한 강 의원은 공직생활과 도의원 생활을 거의 표선면 일대에서 해왔는데요. 지역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학생수가 크게 늘었다며 여태껏 보지 못한 현상이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 대부분이 입을 모아 표선면 일대를 IB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김광수 교육감에게 이런 부분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관련 내용을 취재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은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가 너무 정치적으로 성급하게 추진되다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뻥뻥 터지고 뒤늦게 수습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피해가 우리 아이들에게 갈 수도 있다는 점인데요. 그런 점에서 김광수 교육감이 현행 IB 학교에 대해서만큼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석문 전 교육감의 구호는 이제 역설적이게도 김광수 교육감의 몫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보다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MC] 뉴스 톺아보기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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