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톺아보기] 헬조선에서 헬제주로..부동산이 만든 불평등 사회

▲ 프로그램 :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

▲ 방송일자 : 7월 29일(금) 오후 6:30~7:00

[MC] 금요일 코너 <뉴스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시사 팟캐스터 고재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습니까?

며칠 전 <제주MBC> 등 도내 언론에서 뉴스로 보도됐지만 ‘라디오 제주시대’에서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아이템으로 한번 선정해 봤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 26일 <제주지역 가계순자산 규모 및 자산 격차 현황>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한은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연구 필요성에 대한 문제 인식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사실상 이번에 첫 연구 성과가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제주 지역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아서 오늘 가져 왔습니다. 

[MC] 사실상 첫 연구 결과물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달리 말하면 이전 연구와 비교를 하면서 추이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지금으로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지역경제에 따른 도민간 자산 격차에 대해 동태적 상황이나 추이를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요. 이번이 처음이다보니 정태적 상황만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제주 지역의 재산 불평등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용을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더 있는데요. 재산 불평등의 요인이 급여나 사업소득 같은 노동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사실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가격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자산불평등 확대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지금의 상황이 당장의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사회 통합에 큰 걸림돌로 작용 많은 사회적 비용과 갈등은 물론이고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MC] 본격적인 내용 들어가보기에 앞서, 사실 조사라는 것이 대상이나 시기, 항목 등에 따라서 다양한 결론과 해석이 가능하거든요. 먼저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이번 조사가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됐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의 가계자산에 대한 상세 정보가 수록된 대표적인 데이터로 <가계금융복지조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조사라고 하고요. 두 번째로 국토교통부의 위탁으로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수행하는 <주거실태조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주거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주거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데이터라고 합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인 경우 제주 지역 표본이 약 5백여 가구, <주거실태조사>는 1천3백여 가구에 달하고 있는데요. 두 조사의 최근 데이터를 더해 어떤 집단이 지역 전체 자산의 얼마만큼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지표’와 대표적인 불평등지수 추정 방식인 ‘순자산 지니계수’를 활용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MC] 지니계수는 평등할수록 ‘0’에 불평등할 경우 ‘1’에 수렴한다는 경제적 지표를 말하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X축 그래프에 소득이 낮은 순부터 인구누적비율을 쌓아놓고 Y축은 소득누적비율을 대입을 하는데요. 기울기가 직선으로 완만하면 지니계수가 0으로 평등한 소득 재분배 구조를 가진 것이고 기울기가 완만하다가 갑자기 상승하는 경우 1에 가까워지며 불평등 지표가 심화되는 상황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더해 ‘엔트로피 지수’라는 개념도 동원이 됐다고 하는데요. 이건 저도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개념이라 일단 한국은행의 자료를 100% 수용하는 것으로 넘어가겠습니다. 

[MC] 제주 지역 가계의 평균 순자산이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게 나왔다고요?

혹시나 뉴스 접하면서 귀를 의심한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도 해봤습니다. 지난해 3월 기준 제주지역 가계 평균 순자산이 4억 9천153만원으로 약 5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서울은 임금 수준과 부동산 가격이 나머지 지역들과 차이가 많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 다음을 기록했다는 것이고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소득 수준이 높기로 이름난 곳이 바로 중공업의 도시 울산광역시인데, 2017년 3월부터는 울산마저 제주에 뒤쳐졌습니다. 그만큼 제주 지역의 가계 순자산 규모가 다른 시도에 비해 현저히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MC] 관광과 1차 산업이 주력인 제주의 경제 규모가 갑자기 주요 대도시보다 앞선 상황에 대해 선뜻 인과관계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만, 역시나 최근 급등세를 보인 부동산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가계순자산이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를 살펴봤더니 지난 2016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2년 사이 기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전임 제주도지사를 지낸 시기인데요. 제주 이주 열풍과 공공기관 입주, 기업 이전 등의 영향으로 도내에 인구가 활발히 유입되는 시기와 대략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지금의 현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시기의 주택매매지수 상승률이 전국 평균이 5.7% 였는데요. 제주는 거의 3배에 육박하는 14.9%를 기록했습니다. 

[MC] 자산 규모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라는 것은 그만큼 부채도 많다는 뜻으로 봐야겠죠?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지역 가계당 평균 자산은 5억 5천989만원, 부채는 6천835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4억9천만원이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되시는데요. 전국 평균과 비교해 봤을 때 자산은 5천736만원이 높고, 부채는 1천966만원 낮은 수준의 구성비를 보였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자이언트 스텝으로 대표되는 고금리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제주 지역의 부채 비율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들어갔다 볼 여지가 있는데요. 자산 구분을 다시 들여다보면 84.4%가 실물자산, 15.6%가 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물자산을 다시 순서대로 풀어보면 기타 부동산이 가장 많고, 거주하는 주택이 다음이며, 자동차와 같은 실물자산 순입니다. 물려 받거나 아니면 투자나 임대 소득을 위해 보유한 부동산의 비중이 자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을 대표로 한 실물자산의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7%포인트 높았다고 하네요. 

[MC] 보통은 자신 집이 가장 큰 재산이고, 다음으로 기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경향이 많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만…어쨌든 좀 이례적인 상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역 전체적으로 급증한 ‘부’를 누가 가져갔느냐하는 ‘재분배’ 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이 아닐까 싶은데요? 서두에도 말씀하셨지만 재산 불평등이 전국에서 가장 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을 보면 우려스러운 상황이 나왔다고 봐야겠죠?

순자산분위 구분에 따른 상위 25%, 이른바 4분위 가계의 평균 순자산이 14억 1천128만원으로 하위 25%에 해당하는 1분위 가계 평균 순자산 1천 512만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1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4분위의 평균 자산이 제주 지역 평균을 상회해 규모가 늘어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1,2분위의 순자산 증가규모는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은 가계의 증가 규모와 속도를 하위 25%가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한편,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평균 순자산 규모를 다른 시·도와 비교할 때, 상위 계층의 평균 순자산 규모는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하위 계층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한 점도 눈에 띕니다. 제주지역 가계 상위 25% 그룹과 상위 10% 그룹의 평균 순자산 규모는 각각 14.1억원, 23.5억원으로 전국에서 2번째 순위를 차지했습니다만, 하위 25%와 하위 10% 그룹의 평균 순자산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각각 1천511만원과 161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C] 제주 경제 성장의 과실이 일부에게만 돌아갔다는 결론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빈부격차의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또한 대규모로 움직였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연령대와 직업별로 살펴보면 또 어떤지 궁금한데요?

연령별 평균 순자산을 살펴보면요. 가구주가 50대인 가구가 6억 1천183만원, 직업 형태로 보면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구에서 7억 7천407만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인 50대가 3억원에서 6억1천만원, 60대 이상은 2억 5천만원에서 5억 4천만원으로 평균 순자산이 큰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청년층인 20대와 30대의 순자산 증가 규모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직업별로 다시 살펴보면 자영업자가 3억 2천만원에서 7억 7천만원으로 뛰어올라 3억 1천만원에서 4억 4천만원으로 상승한 임금 노동자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자영업자의 순자산 증가율 139.5%는 전국 수준인 23%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라 합니다.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에 대해 제주가 전국 평균보다 낮지만, 순 자산으로 측정한 불평등지수는 제주가 전국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계층의 사다리를 옮길 수 없다는 비관적이고 불편한 현실, 즉 ‘낙타가 바늘 구멍 지나는 것보다 힘들다’는 헬조선이 아닌 헬제주의 탄생을 확인시킨 조사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MC]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이 부의 대물림으로 지역 내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요?

제주지역 2030 청년세대 가구 간 자산불평등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확대되는 모습이며, 순자산에 대한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간 격차도 큰 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청년세대의 순자산 지니계수는 0.22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3월에 비해 0.01포인트가 상승했는데요. 반면, 장년세대와 노년세대 그룹에서는 순자산 지니계수가 0.21에서 0.19, 0.20에서 0.19으로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청년세대 상위 25%와 하위 25%간 자산 격차가 64배로 전국 평균 30.8배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한국은행은 이처럼 청년세대 가구간 자산불평등이 확대된 배경이 소득보다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자산이전’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 받았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인 증여세와 상속세 징수실적이 548억원에서 942억원, 160억원에서 40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상위 25% 그룹의 소득 대비 순자산 규모가 6.2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년세대 중 고자산 그룹의 순자산이 소득 축적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입니다.  

[MC]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장기적으로는 제주지역의 성장잠재력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을 담보로 여러가지 경제적 또는 사회적 활동이 이뤄지고 기회가 배분되는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재능이 부족한 고자산 기업가들이 재능 있는 저자산 기업가들의 투자 기회를 빼앗아 자본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야기할 수도 있는데요. 한국은행은 교육 등 인적자본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저자산층이 늘어날 경우, 최적 인적자본 투자 수준에 미달하여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산불평등 심화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 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자본시장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는데요. 빚 탕감까지는 아니더라도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번 자료 발표 이후에 나름대로 지역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는 분들이 어떤 메시지들을 내놨을까 좀 살펴봤는데. 없더라고요. 좀 분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MC] 뉴스 톺아보기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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