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톺아보기] 인사청문회마다 반복되는 ‘농지법 위반 잔혹사’

▲ 프로그램 :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

▲ 방송일자 : 8월 12일(금) 오후 6:30~7:00

[MC] 매주 금요일 코너 <뉴스 톺아보기>입니다. 오늘도 시사 팟캐스터 고재일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민선 8기 첫 행정시장 인사청문회가 다음 주 18일과 19일 각각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정자 발표 직후부터 돌던 무성한 소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강병삼 제주시장 내정자의 농지법 위반 의혹인데요. 벌써부터 이번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현재까지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나온 강 내정자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인사청문회마다 반복되는 농지법 위반 잔혹사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MC]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농지를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땅을 사들이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 이제는 많은 분들 알고 계실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가치 아니겠습니까? 

헌법상의 원칙 가운데 ‘경자유전’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이 농지 개혁이라고 하거든요.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침을 내세운 북한과 달리, 유상몰수 유상분배 과정에서 나온 원칙이라고 하는데요. 경작자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농지 소유 자격에 대한 제한일 뿐만 아니라 농지를 농업생산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농지 이용에 대한 규제이기도 합니다. 이 원칙에 따라 1949년 6월 법률 제31호로 ‘농지개혁법’이 만들어졌고요. 이후 1996년부터 ‘농지법’으로 이름을 바꿔 시행되고 있습니다. 

[MC] 역사적 의미를 담은 나름의 유래가 깊은 규제사항이라고 이해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강병삼 제주시장 내정자에 대해 어떤 내용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까?

인사청문회를 일주일 가량 앞둔 최근부터 관련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강 내정자의 부동산 보유 내역이 제법 됩니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와 유수암리, 광령리 등에 임야와 농지 등 20여 필지가 있는데요. 물론 모두가 투기 목적의 부동산이라고 볼 수는 없고요. 일부 상속을 받은 것도 포함이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강 후보는 지난 2019년에 제주시 아라동에 추가로 농지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는데요. 땅 덩어리가 조금 큽니다. 제주시 아라동 일대 5개 필지 7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농지인데요. 강 후보자를 비롯해 고등학교 또는 로스쿨 동기, 친분이 있는 변호사 등 4명이 공동명의로 등기가 됐습니다. 7천 제곱미터의 4분의 1인에 해당하는 1천7백여 제곱미터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이미 농지가 있음에도 추가로 농지를 구입한 정황을 보면 아마 변호사와 시장을 그만 둔 후에는 부농의 꿈을 꾸고 계신 듯 합니다. 

[MC] 농지라고 다 같은 농지는 아닐겁니다. 땅의 모양이라든가 입지, 접근성 등에 따라서 가치가 천차만별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라디오 방송이라서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혹시 어떤 땅인지 좀 설명이 가능할까요?

해당 토지는 지난 2019년 경매를 통해 취득한 토지로, 세 차례 유찰 후에 강 후보자 등 4명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받았은 곳인데요. 당시 취득가가 약 26억원으로, 현재 해당 토지의 지가는 이보다 2~3배 가량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한 농지치고는 면적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싼 곳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왜그런고 봤더니 해당 토지가 바로 아라도시개발사업지구에 인전한 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개발의 여력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고 그 정도의 시장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텐데요. 이미 해당 토지 주변으로는 요양원이 들어섰고 진입로가 개설됐습니다. 해당 농지를 사들인 목적이 영농이 아니라 결국 투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MC] 매입 시점이 다소 지났지만 실제 경작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위법 아니냐는 것인데요. 강 내정자는 이 같은 의혹에 어떤 입장인가요?

강병삼 제주시장 내정자가 농지 불법 매입 의혹에 대해 경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시인했습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토지를 경매로 매입하면서 영농사업계획서를 통해 채소류와 콩류, 조경수를 심는다고 했지만 실제 이행하지 못했다고 답했는데요. 재산증식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하며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광령리 농지에 대해서는 자갈이 많아 경작하기 힘든 환경임을 강조하며 그냥 놔두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고요. 아내 명의의 토지는 오빠가 경작을 하고 있고, 서귀포시에 구입한 빌라는 노후에 살고 싶어 지인의 요구로 구입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MC]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이 들으면 다소 허탈해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농민 단체에서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죠?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성명을 냈습니다. 오영훈 도지사를 향해 강 후보자의 임용 철회를 요구했는데요. 지금의 의혹 제기 상황과 관련해 오영훈 지사가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법조인 신분인 강 내정자가 농지법을 모를리 만무한데 투기세력처럼 공동 소유로 농지를 사들인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습니다. 특히 언론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 본인이 직접 경제적 이익 목적도 있었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근거로 임용을 철회할 것과, 후보자의 농지에 대해 농지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는데요. 오영훈 도정이 농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MC] 오늘 얘기를 정리하며 조금 궁금해지는 부분이, 전임 도정에서 나름대로 농지 관리를 강화했다고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특히나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농지의 불법 취득이 어려운 상황이 됐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강 내정자가 해당 농지를 사들인 시점인 2015년과 2019년은 제주도가 이른바 농지 관리 강화에 엄청난 드라이브를 걸었던 시기입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 세부 실행계획’을 도입한 이후 도내 농지취득면적이 2015년 3천427헥타르에서 2020년 1천377헥타르로 감소했다고 성과를 전했는데요. 농지관리 조례 및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 세부 실행계획에 따라 제주만의 농지관리체계를 구축한 결과라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농지이용실태 특별조사에 더해 매년 정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경매를 통해 공동으로 소유한 농지, 거기다가 면적까지 큰 강 내정자의 농지는 어떻게 이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빠져 나갈 수 있었는지 의문이 일고 있습니다. 아마 인사청문회에서 행정의 부실관리 역시 문제로 지적될 전망입니다. 

[MC] 그러고보니 지금 방송 들으시는 분들께서도 농지법 위반 논란이 아마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과거에도 논란이 많았던 기억인데요. 이 정도면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라고 봐야겠죠?

말씀하신 대로 농지법 위반 사례가 매우 빈번하게 제기됐습니다. 민선 6기 이후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농지가 문제가 됐던 후보자를 살펴봤는데요. 이성구 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과 김병립 전 제주시장, 현재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인 고희범 전 제주시장, 최근 물러난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과 김태엽 서귀포시장, 그리고 고영권 전 정무부지사 등이 인사청문회에서 농지 보유가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를 매입했으면서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토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게 아니면 잔디를 심거나 일부 작목을 형식적으로 식재하는 경우처럼 행정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자경 등이 주로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MC] 농지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을 때 나름대로 반응의 유형들이 조금씩 상이했다고요?

몇 가지 유형을 나눠볼 수가 있습니다. 먼저 농지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인데요. 이성구 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이 재임 전에 농지를 매입했는데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거든요. 그런데 당시에 여기에서 ‘잔디를 키웠다’는 황당한 발언을 해 인사청문위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고요. 또 다른 유형은 ‘납작 엎드리는 유형’입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사과하는 케이스인데요. 손유원 감사위원장과 황우현 에너지공사 사장 등이 즉각 위법 사실을 인정하고 매각을 약속했습니다. 또 ‘읍소형’이 있습니다. 위법인거 잘못한거 알겠는데, 이거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이 되지 않는다, 내 사정을 좀 알아달라는 케이스인데요. 고희범 전 제주시장 인사청문회에서 나왔고요. ‘읍소형’과 다소 비슷한 경우로 ‘진심을 믿어달라’ 유형입니다. 김태엽 전 서귀포시장이 해당하는 경우인데요. 퇴직 후에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를 구입했는데 우연히 도시개발지역으로 변경이 되는 놀라운 기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버티기’ 유형도 있는데요. 인사청문회 시점에서는 매각을 약속했지만 시세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땅을 내놓는 경우입니다. 사실상 팔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고영권 정무부지사가 두 번째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의혹을 샀습니다. 강병삼 내정자가 오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들 선택지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를지 저도 관심이 큽니다. 

[MC] 위법 사실과 이에 따른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자리에서 물러날 정도는 아니라는 묘한 상황이 엿보입니다. 지금 논란인 제주시장 내정자의 워딩도 보면 그런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만, 농지법을 위반하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보니,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일단 말씀하신 대로 농지법 위반이 범죄라고 생각하는 자각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잘하면 용도 변경을 통해 몇 배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데 단속되더라도 기껏해야 원상복구나 매각 명령, 벌금형이 전부니까 말이죠. 법을 위반하기는 너무나 쉬운데 실제로 처벌을 보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대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좀 찾아보니까 실제로 농지법 위반이 문제가 돼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경우도 있더라고요. 기억날지 모르겠습니다만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된 한 인사의 경우 불법 농지 취득이 논란이 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다"는 말 때문에 인사청문회에 가보지도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일이 있었더군요.

[MC] 강병삼 내정자의 농지법 위반이 결국 인사청문위 쟁점이 되더라도 전임 도정의 사례만 보더라도 인사권자인 도지사가 임명을 강행한다면 의회 입장에서는 뾰족한 수단이 없어 보이는데요?

아직 예단하기는 이릅니다만, 말씀하신대로 도내에서 각종 인사청문회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문제 삼아 임명이 취소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부적격 등의 결론이 나더라도 임명을 하게 되면 후폭풍처럼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강병삼 내정자의 농지법 위반 사실과 이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 등을 오영훈 도지사가 과연 몰랐을까 반문해 본다면 아마 액면 그대로 믿을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인사권자가 위반 내용을 알면서도 지명을 했고, 또 임명까지 강행한다면 지난 도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실망과 비판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고요. 결국 도정의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MC] 대통령실, 예전 청와대처럼 정무수석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방자치단체수준에서는 사실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인사검증에 물론 다소간의 한계는 있을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 도민들의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나 논란들이 분명 있거든요. 때문에 인사권자 주변에서는 고위직 임명에 앞서 병역이나 세금 탈루, 불법 재산 증식 같은 주요 사항에 대한 사항을 철저히 체크해야 합니다. 정부 부처에도 ‘고위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지’라는 것이 있는데요. 앞으로 다양한 고위 공직자 공기업 임원, 출자출연기관 인선에 앞서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MC]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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