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하수 증산’ 이슈가 6월 3일 치러질 제21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전국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 확대와 제주 지하수의 공공성 사이에서 촉발된 오래된 이번 논쟁이 대선을 맞아 정치권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쟁점으로 자리 잡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기호5번 권영국 후보 제주선거대책위원회는 20일 논평을 내고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기내 사용할 음용수가 필요하다며 지하수 증산을 요구했다. 도민 사회 반대 여론에도 제주도는 갑작스럽게 증산 요구를 수용할 태세를 보이며, 도민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한진그룹 산하 한국공항㈜은 지난달 20일 기존 월 3천톤에서 4천500톤으로 취수 허가량을 늘리는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 신청’을 제주도에 제출한 바 있다. 한진은 1993년 하루 200톤의 취수 허가를 받았지만 소폭의 감량 조정을 거쳐 현재까지 유지중인 상황이다. 그동안 5차례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논평에서 제주선대위는 “권영국 후보는 물과 바람 등의 공공 자원에 대하여 공공성과 지속가능 이용이라는 대원칙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며 “도민들의 생명수인 제주 지하수를 지키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하수 증산 문제는 그간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중심의 이슈였지만, 대선 국면 속에 무게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보진영의 유일한 대선 주자인 권 후보가 내일(21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며,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정치권의 생명자원 공공성 인식 수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전환될 전망이다.
권 후보가 제주를 찾은 이날 오후 공교롭게도 제주도에서는 열리는 지하수 증산을 논의하게 될 ‘지하수 관리 분과 위원회 회의’가 제주도청 제2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권 후보가 신제주로터리에서 거리유세를 진행하고 이어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지하수 문제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와 도정의 정책 결정이 충돌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현재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의 다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당내 인사인 오영훈 도지사는 지하수 증산 문제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처리될 일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지역 정치권 역시 논란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듯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정파적인 이유로 침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