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중복 방지, 전문성 없다”…교원단체 여론조사 ‘3무(無) 논란’ 불가피

교원단체가 주도해 진행한 교육 현안 여론조사가 공론의 형식을 갖췄다고 보기엔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목적을 갖고 구성된 설문 문항을 비롯해, 자발적 참여 방식에 따른 표본 왜곡, 중복 응답 방지 장치의 부재 등 ‘3무(無)’가 겹치며 조사 신뢰도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지역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제주모임’을 포함한 단체들은 최근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해당 결과를 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교사 714명, 학부모 506명 등 총 1천220명이 응답한 이 조사는 ‘제주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대응책으로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필요성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전담기구 설립 필요성 등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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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응답자의 95%가 독립된 진상조사위 설치에 찬성하고, 97%가 민원 대응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단체는 소개했다. 단체들은 해당 조사를 ‘도민 사회의 여론’이라고 규정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도내 대부분 언론이 이를 인용해 단체의 주장을 기사화해 힘을 실었다. 온라인 조사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민원 대응 전담기구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됐지만, 정작 여론으로서의 설득력을 갖추기엔 조사의 기초부터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사 개요를 살펴보면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11일간, 도내 유·초·중·고 교사와 학부모 1천2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설문 방식이다. 응답자 구성은 교사 714명(58.5%), 학부모 506명(41.5%)으로, 응답자의 97.9%가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92.3%는 “민원 대응 전담기구 설치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조사 방식부터 문제로 꼽힌다. 설문은 ‘구글 설문지’ 기반으로 이뤄졌고, 참여 방식은 철저히 자발적이다. 무작위 표본 추출로 모집단을 대표하는 방식이 아닌, 특정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응답 편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둘째, 중복 응답을 막을 장치가 없었다. 같은 인물이 이름만 달리해 중복으로 응답할 수도 있었고, 이를 방지할 실명 인증이나 휴대폰 본인확인 절차도 없었다. 조사 설문 링크가 메신저나 SNS, 게시판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의 규모만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설문 문항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문지에서 특정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한 뒤 ‘찬반’을 묻는 중립성이 결여된 유도형 문항이라는 분석이다. 교육 현장에 진상조사위원회가 왜 필요한지 서술하고 난 뒤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방식은, 판단 근거를 제공받은 응답자가 자연스레 찬성으로 유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사 설계와 결과 분석, 발표까지 모두 교원단체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외부 검증이 없었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여론조사로서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통계 전문가의 설계와 중립적인 조사업체의 실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는 ‘정책 촉구용 설문’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여론조사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교원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설문조사를 ‘도민의 뜻’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학문적 엄밀성과 대표성, 타당성을 충분히 확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좋은교사운동’ 제주모임의 공동대표 현승호 씨는 <제주팟닷컴> 기자와의 문답에서 이 같은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응답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자체 설문으로 구글 폼을 활용해 진행했다. 중복 응답 방지나 인증 절차는 자체적으로 체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조사 주체가 교사단체라는 점에서 의견조사 성격은 있을 수 있으나, ‘도민 여론’으로까지 확대 해석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의 답변에도 주관적 감정과 단정적인 표현이 적지 않다. 일부는 “교육청은 이슈화되면 그제야 대응한다”, “교육청을 믿을 수 없다”, “제발 형식적인 제도만 만들지 말고 일을 하라”는 등 개인적 분노의 표현이 반복된다.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는 점은 중요하나,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정책 개선 의견보다는 정서적 호소가 강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교원단체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위원회 구성안 예시까지 제시하며, 부교육감과 교사·학부모 단체 추천 위원, 유족 추천 외부위원 등을 포함한 형태의 기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제도화하려면 법적 근거, 절차적 정당성, 책임 주체의 명확화 등 복잡한 절차가 수반된다. 단순한 설문조사만으로는 추진 동력이 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이번 여론조사를 교육 현장의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로서의 객관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도민 사회를 설득하고 제도 개선을 이끌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조사 설계와 충분한 토론, 합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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