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장 이상봉)가 내일(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도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한 도민 여론조사에 착수한다. 다음 달 2일 공개될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모바일 웹조사 80%와 유선 RDD(무작위전화걸기) 20%를 혼합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의회는 이번 여론조사가 특정 입장을 유도하지 않도록 설문 문항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설문지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3개 기초자치단체 추진) 인지 여부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법률안(3개안 및 2개안) 발의 인지 여부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의견(3개 구역 및 2개 구역, 기초자치단체 설치 반대 등) ▲향후 추진 방향(신속 이행, 추가 의견 수렴 반영) 등 4개 핵심 문항으로만 구성됐다. 오춘월 도의회 행정체제개편대응단장은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수적 정보를 배제하고 간결하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자체가 행정체제 개편 논란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행정체제 개편은 제주시 분할 여부를 넘어 행정 효율성과 재정 구조, 도민 삶의 질 등 복잡한 변수가 얽힌 사안이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행개위)가 예산과 시간을 들여 공론화를 진행하고 이를 제주도에 건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만으로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첫째, 도민 사회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우근민 도정에서 출발해 원희룡, 오영훈 도정까지 이어지는 행정체제 논의는 이미 수 차례의 조사 과정을 거쳤다. 오영훈 도정이 취임 초부터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등 의욕적으로 추진하기는 했지만, 정부 설득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어 같은당 김한규 의원의 이른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까지 발의되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치적인 논란에 더해 민생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의 3개 체제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이 예상되는 이유다.
둘째, 여론조사 시점의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 속에서 도정 평가와 연계된 민심이 여론조사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여론조사 결과는 ‘정책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날 수 있다. 공론화 권고 직후와 비교하면 혼란스러운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3개 체제 찬성’ 여론은 줄고 반대 여론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프레임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김한규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법안의 영향이 크다. 김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직접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이라고 이름붙였다. ‘쪼개기’라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침투하면서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제주시 분할이라는 좁은 쟁점으로만 소비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전직 도의원과 여론주도층 등 이른바 스피커들이 지역 간 갈등을 자극하는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합리적 논의의 장이 투쟁의 장으로 변질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추진 의견을 묻는 이번 도의회 여론조사는 ‘최대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방식’이라는 형식적 장치는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주도가 불수용 입장을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구조적·정치적 난제를 풀기에는 실익이 크지 않다. 결국 남는 것은 공론화 절차를 무력화하는 찬반 여론의 단순 대립, 그리고 정책 결정의 혼란일 수밖에 없다.



제주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 비평은 왜 안하시나요?? 김한규 의원 설문조사 문항보다 더 왜곡적인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