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 “내년 기초단체 도입 어렵다”…여론조사 흐름에 전략적(?) 후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 속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결국 내년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공식 선언했다. 당초 제주도는 제주도의회가 지난 달 강행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충분한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략을 수정하게 됐다.

오 지사는 4일 출입기자 간담회 질의답변에 앞서 “내년 2026년 7월 1일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어렵다”고 인사말로 전했다. 그는 “행정안전부도 관련 법률 정비, 청사 배치, 행정시스템 준비 등에 최소 1년 이상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도 구역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있어,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결심을 수정한 배경을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제주도의회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과 같은 2개 기초자치단체 체제를 원한다는 응답은 40.2%, 제주도정이 추진해온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등 3개 체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28.4%로 집계됐다. 향후 추진 방향을 묻는 문항에서도 ‘추가 의견 수렴과 충분한 정보 제공 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66.4%로, ‘내년에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23%)을 세 배 가량 앞섰다. 사실상 도민 다수가 행정체제 개편의 시기상조론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제주도는 그동안 이상봉 의장의 독단적인 여론조사 추진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도정은 이미 공론화를 거쳐 3개 행정구역 권고안을 도출했는데, 지금 와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을 흔드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도민사회의 ‘추가 논의 필요’라는 압도적 흐름을 정면 돌파하지 못했고, 2027년 또는 2028년 도입이라는 ‘타임 테이블’ 수정으로 선회하게 됐다. 다만 오 지사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국정과제에 명시된 것은 지방자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주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결국 오 지사의 이번 선언으로 민선 8기 도정의 2026년 기초자치단체 부활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오 지사의 바람대로 2027년 또는 2028년 도입이라는 새로운 타임 테이블을 도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을지, 관련 논의를 위한 장을 마련하는지 여부가 논의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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