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문제와 12.3 비상계엄 당시 자신의 행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두고 지역 언론의 보도 초점이 다소 갈리는 모양새다. 신문은 ‘정책과 제도’에, 방송은 ‘인물과 사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역 일간지들은 인터넷과 지면을 통해 일제히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무산’이라는 정책적 결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주일보>는 5일자 ‘오영훈 “2027년 또는 2028년 기초단체 출범 계획”‘, ‘오영훈 지사 “내년 7월 기초단체 부활 어렵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았다. <한라일보> 역시 ‘제주형 기초단체 내년 출범 무산…도입 목표 연기’와 함께 ‘제주형 기초지자체 불법 계엄·당내 갈등에 발목’이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제민일보>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내우외환’…2026년 6월 지방선거 적용 무산’, ‘내년 제주기초단체 도입 무산에 후폭풍 우려’를 보도했고, <삼다일보>는 ‘내년 기초자치단체 설치 무산에 정치권 책임론 부상’을 전면 기사로 다뤘다.
지역 일간지는 도정의 정책 실패와 그 후폭풍을 공통된 맥락으로 다루는 모습이다. 이미 대규모 조직과 예산이 투입되거나 책정된 상황에서 제도 도입 연기로 혼선이 예상된다는 점, 정치권의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짚었다. 기사 일부에서 계엄 당시 행적에 대한 해명도 언급됐지만, 중심축은 어디까지나 ‘행정체제 개편 지연 또는 무산’에 맞춰졌다. 장문 해설과 맥락 설명에 강점을 가진 신문이 복잡한 제도적 쟁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방송은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KBS제주는 4일 저녁 뉴스에서 ‘내년 기초자치단체 출범 무산…”1~2년 미뤄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간담회 발언을 리포트로 보도했으나, 다음 날 메인 뉴스에서는 곧바로 ‘불거지는 도청 폐쇄 논란…자택 지휘 비판도’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제주MBC 역시 4일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내년 시행 무산’, ‘1호 공약 폐기..오영훈 지사 정치적 책임론 부상’을 다룬 뒤, 하루 뒤인 5일에는 ‘내란의 밤, 오영훈 지사는 어디에?’라는 심층 보도로 방향을 전환했다.
정책보다 인물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방송 보도의 특징이 담겼다는 평가다.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기 위해 ‘지사는 그때 어디 있었나’라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질문을 던졌고, 영상과 스토리텔링에 어울리는 프레임을 전면 배치했다. 정책적 파장에서 시작해 논란이 큰 정치 리스크를 부각하는 내용으로 트랙을 갈아탄 셈이다.


결과적으로 도민 사회는 신문을 통해서는 제도와 책임의 문제를, 방송으로는 인물과 행적의 논란을 접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매체 속성과 뉴스 소비 행태, 경쟁 환경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책과 제도는 도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이지만, 인물 중심의 논란만 부각될 경우 정책 의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반대로 정책 보도에 치중하다 보면 정치적 책임을 따지는 시각을 놓칠 수 있다. 언론이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이 전혀 다른 메시지로 소비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