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육성] ➁ 현금 181만원·완전자본잠식…행정은 왜 검증을 포기했나?

<상장기업 20개 유치 및 육성>은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이다. 제주도정은 지난달 19일 "민선 8기의 첫 성과"라며 한 이전 기업의 상장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편중된 제주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 지역 경제 생태계를 확장할 기업 유치와 육성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도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기업의 역량, 시장성, 지속 가능성, 의지 등을 면밀하게 검증하는 과정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에 <제주팟닷컴>은 이번 기업 유치와 상장 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6회에 걸쳐 보도한다.

제주도는 (주)아이엘커누스를 “재무보다 기술성과 혁신성을 가진 성장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상장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개된 재무제표는 도정의 설명과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기업의 기본 재무 안정성은 상장기업 육성 정책의 가장 기초적인 검토 항목이지만, 이번 상장 지원 과정에서는 그 절차가 사실상 생략됐다. 더 나가 도정이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제기된다.  

■ 현금 181만 원…운영조차 어려운 유동성

(주)아이엘커누스의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81만 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월간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상장 이후의 영업 활동이나 신규 고용·투자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동성도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제주도가 약속한 코넥스 상장 수수료 5천만 원 지원은, 결과적으로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행정이 도민들의 세금으로 대신 부담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8.5억 원 완전자본잠식…기업 존속 자체가 흔들리는 상태?

더 큰 문제는 회사가 –8.5억 원대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이다. 자본잠식은 한두 해의 적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완전자본잠식은 납입자본금을 모두 잠식하고도 누적 손실이 남아 있는 상태다. 회사의 미처리결손금 규모도 이미 27억원에 달하는데다. 당장 1년 안에 돌아오는 채권 규모도 상당하다. 당장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더라도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렵고, 신규 채용·설비 투자·R&D 추진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즉, 도정이 제주 이전 기업이라는 명분으로 내세운 고용·투자 확대라는 가치가 현재 재무구조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 반복되는 특수관계자 대여금…자금 운용의 투명성 논란

아이엘커누스 재무제표에서 확인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대주주와 그가 지배하는 법인과의 반복적인 단기대여금 거래다. 통상적으로 ‘자금 순환성 리스크’로 분류되는 항목으로, 상장지원 또는 정부지원 대상 기업 평가에서 위험요인으로 간주되는 요소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에서 외부로 유출되는 대규모 단기대여금은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더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최대주주 및 관계회사에게 빌려준 금액이 13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상장 수수료까지 지원…그 결정의 기준은? 

그럼에도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 “회사의 재무 상황은 결정적인 평가 요인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어떤 요소를 살폈는지를 문의했지만, 도정과 테크노파크는 자신들이 강조한 ‘기술 기반 성장성’의 근거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으며, 심사위원단 평가표와 점수 공개 요청은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코넥스 상장 수수료를 지원하고, 이후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추가 지원까지 약속한 상황이다. 

■ ‘검증을 하기는 했나?’ 의심만 남은 구조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투자·고용·사무소 운영 등 모든 정책 효과의 전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제주도가 아이엘커누스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고, 재무 위험을 어떻게 판단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더구나 자신들이 내 건 상장기업 육성 지원사업 모집 공고에 따른 평가 항목에 맞지도 않는다. 100점 만점의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배점을 가진 항목이 바로 재무 안정성과 영업의 계속성을 살펴보는 ‘기업 성장역량’ 항목이기 때문이다. 재무·영업·자금 운용에서 수많은 위험 신호가 발견되는데도 상장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된 것은 단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다.

제주도의 ‘상장기업 육성’ 정책이 지역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이 기업이 어떻게 육성 대상이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검증이 존재했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출발점이다. 검증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그 뒤에 따라올 상장 기업 역시 이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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