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육성] ➂ 피지컬 AI 기업 유치?…10년 전 특허 탈탈 털어야 ’83만원’

<상장기업 20개 유치 및 육성>은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이다. 제주도정은 지난달 19일 "민선 8기의 첫 성과"라며 한 이전 기업의 상장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편중된 제주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 지역 경제 생태계를 확장할 기업 유치와 육성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도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기업의 역량, 시장성, 지속 가능성, 의지 등을 면밀하게 검증하는 과정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에 <제주팟닷컴>은 이번 기업 유치와 상장 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6회에 걸쳐 보도한다.

제주도가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성장 기업’이라고 소개한 (주)아이엘커누스의 의문이 재무 건전성에 이어 기술력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 회사를 피지컬 AI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포장하며 상장 지원의 근거로 내세웠지만, 특허 분석과 재무제표 어디에서도 기술 기업이 갖춰야 할 기초적인 지표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증 과정 없이 도정이 기술 기반 기업 유치 성과를 서둘러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듭 제기되는 이유다.

■ 5~10년 전 특허가 전부…최근 기술개발 흔적은 ‘전무’

한국특허정보원이 운영하고 있는 지식재산정보 서비스(KIPRIS)에 따르면, 아이엘커누스의 출원·등록 특허는 모두 9건이다. ‘다중 센서를 이용한 출입 카운트 장치’, ‘화장실 종합 살균 시스템’, ‘하이브리드 차량검지 센서를 이용한 스마트 톨링 시스템’이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특허 대부분이 5~10년 전에 출원된 과거 기술이라는 점이다.

특히 기술 경쟁력을 평가하는 핵심지표인 ‘피인용 횟수’가 대부분 5회 미만으로, 해당 기술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용됐거나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기업이라면 핵심 기술을 확장하거나 기존 특허를 기반으로 응용·개량 기술을 지속적으로 출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이엘커누스의 특허 포트폴리오에는 기술 진화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제주도가 홍보에 사용한 ‘피지컬 AI’라는 표현 역시 회사의 기술자료나 특허 문서,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AI 기술 기반 기업’ 이미지는 실체적 기술보다 도정의 ‘뇌피셜’이 반영된 홍보성 문구에 불과해 보인다.

■ 기술기업이라면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재무 지표…아이엘커누스는 ‘거의 없다’

특허 검색 외에도 재무제표를 통해서도 기술기업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기술 기업이라면 반드시 나타나는 재무적 흔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특허권·소프트웨어·AI 모델 등 무형자산 항목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기술 중심 기업의 경우 무형자산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아이엘커누스의 무형자산은 ‘기술 기반 기업’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재무상태표에 확인된 무형자산 규모는 특허와 상표권, 개발비 등을 모두 합쳐 83만 원에 불과하다.

기술 기업의 핵심 지표인 연구개발비(R&D)도 미미한 수준이다. 경상연구개발비로 360만 원 가량이 지출됐을 뿐이다. 교육훈련이나 개발 재료비, 외주 개발비 등의 비용 구조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회사가 자사 기술을 개발하거나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술 인력과 장비에 대한 투자 항목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면으로 살펴봐도 제조 기반 스마트 솔루션 기업이라는 제주도의 설명과 거리가 멀다.

아이엘커누스가 보유한 무형자산 항목. 총액이 83만 원에 불과하다.

■ 제주도정의 ‘묻지마’ 신뢰…납득 가능한 근거 제시해야

특허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기술의 현재 경쟁력은 낮고, 재무제표를 보면 기술기업의 자금 흐름과 비용 구조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기술력의 진화·개발·확장 방향을 보여주는 어떠한 흔적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대형 여행사가 투자했다’, ‘모회사가 대단하다’는 묻지마 방식으로 아이엘커누스를 기술 기반 혁신기업으로 규정하며 상장 지원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제주도의 기술 검증 과정이 부실했거나, 실질적 검증 없이 ‘기술기업 유치 성과’를 만들기 위한 홍보 우선 판단이 아니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도 관계자가 아이엘커누스 유치와 코넥스 상장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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