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지휘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가보훈부가 10일 오후 늦게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핵심 쟁점인 지정 취소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보훈부는 입장문에서 “지난 11월 4일에 이루어진 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증서 발급은 유족의 신청에 대하여 국가유공자법 제4조 및 6조에 근거한 행정처분이었다”며 이번 결정을 ‘법 절차’에 따른 처분이라 규정했다. 보훈부는 이어 “제주4·3과 관련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제주4·3 희생자와 유가족, 도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조속히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재검토·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입장문에 대해 ‘법에 따라 처리한 일’이라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후반부에 형식적 사과를 덧붙인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토화 작전의 상징적 인물인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는 소식이 지역 사회에 뒤늦게 알려지며 제주4·3 유족회와 4·3단체, 진보정당들은 철회를 요구해 왔다.
국가지도가가 거듭 사과하며 국가 폭력으로 명확하게 규정한 제주4·3의 강경 진압 지휘관에게 국가유공자증이 발급된 사안을 두고 “법 절차에 따른 행정처분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태도인지, 보훈부를 향한 비판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