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4·3 관련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 설치에 본격 착수했다. 제주도는 15일 오후 제주시 연동 중산간에 위치한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4·3의 진실을 담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 이른바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번 안내판 설치는 최근 4·3 관련 왜곡 현수막 게시, 영화 상영, 왜곡 발언, 표지석 설치 등 역사 왜곡 사례가 잇따르면서, 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제주4·3 당시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을 주도한 인물로 거론돼 온 박진경 대령이 지난해 11월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는 박 대령의 행적에 대한 역사적 사실관계를 도민과 후대에 알리기 위해 추도비 옆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 ‘바로 세운 진실’은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1945년 광복 이후 정세와 1947년 3월 관덕정 경찰 발포 사건, 1948년 4월 무장봉기 등 당시 시대적 배경을 비롯해, 1948년 5월 제주에 입도한 박진경 대령의 약 40일간 행적과 그가 부하들에 의해 암살된 과정 등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정리됐다.
이날 행사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박호형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하성용 도의회 4·3특별위원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 4·3 관련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안내판 설치 취지와 추진 경과 보고에 이어, 박진경 대령 암살범의 마지막을 그린 강덕환 시인의 시 ‘박진경 암살범 총살기’를 바탕으로 한 시극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오영훈 지사는 인사말에서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증서 발급은 도민들의 공분을 샀고, 4·3 유족들의 깊은 아픔을 다시 한 번 후벼 파는 고통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유공자 증서 취소 검토를 지시하고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4·3을 비롯한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대한민국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또 “역사 왜곡을 막고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오늘 안내판 설치로 이어졌다”며, 향후 추가적인 정비 조치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봉 도의회 의장은 “제주4·3은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와 공식 보고서를 통해 실체와 책임이 확인된 역사”라며 “이번 안내판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올바른 역사 인식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창범 유족회장도 “박진경 추도비 외에도 도내에는 4·3의 진실과 배치되는 시설물들이 남아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 설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장 앞에서는 극우 성향 단체가 집회를 열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4·3은 공산폭동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사를 방해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경찰의 협조 아래 공식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제주도는 앞으로 경찰지서 옛터 표지석과 북촌리 학살을 주도한 함병선 장군 공적비 등 4·3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안내판 설치 또는 이설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