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연이어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홍수가 마지막 ‘건곤일척(乾坤一擲)’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 내 5% 내외의 지지세를 가졌던 송재호 전 의원이 10일 전격적으로 경선 불참을 밝히며 도정 혁신 원팀을 제안한 가운데, 오늘(12일)까지 설 민심의 최종 결산이라 할 수 있는 KBS 제주의 대규모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오영훈 도지사와 문대림, 위성곤 국회의원 3인의 치열한 경합 속에 적임자 프레임을 둘러싼 본격적인 대결 국면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 송재호의 ‘퇴장’…오영훈 향한 ‘포위망’ 완성?
10일 송재호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 의사를 전했다. 그는 “도정 교체를 위해 정책과 비전에 기반한 연대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며 본인의 출마 대신 판을 짜는 ‘설계자’의 길을 자임했다. 당초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온라인을 통해 입장을 갈무리 한 것이다. 송 전 의원이 제주혁신포럼을 위해 손을 잡았던 문대림 의원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정치적 해석 속에 ‘문-송 단일화’라는 좁은 프레임을 넘어, 위성곤 의원까지 아우르는 ‘반(反)오영훈 빅텐트’를 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송 전 의원은 12일 조국혁신당이 12.3 내란 당시 도청 청사를 폐쇄한 김관영 전북지사 등을 내란 동조와 직무 유기 혐의로 2차 특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 지사를 겨냥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 문대림 “BRT 차기 도정 넘겨야”…위성곤 출마 선언 및 경청투어 돌입
민주당 문대림 의원은 12일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을 중단하고 민선 9기 도정으로 넘겨야 한다고 오 도정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문 의원은 “이전 도정에서 확정됐거나 중앙정부와 협의를 마쳤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의 실효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지역 현실에 맞지 않고 도민의 불편만 가중된다면 과감히 수정하거나 멈추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라고 오 지사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위성곤 의원도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연휴 직후인 19일 제주시 동문로터리 탐라문화광장에서 제주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 직후에는 제주 전역을 도는 경청투어를 진행하는데, 특검으로부터 사형이 구형된 윤석열의 1심 선고일에 맞춰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 표심 이동 및 ‘文-魏’ 양자대결 주목
이런 상황에서 실시돼 설 연휴 발표되는 KBS 제주 여론조사(한국리서치, 1천명 대상)는 사실상 민심의 밥상에 오를 민주당 경선의 ‘결선 투표’ 성격을 띠게 됐다.
먼저, 표심의 ‘대이동’이다. 송재호 전 의원과 국민의힘 고기철 도당위원장이 후보군에서 빠진 만큼, 송 전 의원을 지지했던 5%의 당심과 고 위원장을 지지하던 보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관심이다. 문대림의 독주냐, 오영훈의 반전이냐, 위성곤의 골든크로스냐가 결정된다.
둘째, 최초의 문대림 vs 위성곤 ‘양자 대결’이다. 그동안의 조사가 오 지사와 도전자들의 경쟁력을 살피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도전자들끼리 붙었을 때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를 묻는다. 여기서 위성곤 의원이 문대림 의원과 비등한 결과를 낸다면, 송 전 의원이 제안한 ‘원팀’의 무게중심은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 ‘문-오’의 양강 구도가 아닌 ‘문-위’의 새로운 라이벌 전으로 변모할 가능성인 셈이다.

셋째, 오영훈 지사의 현직 프리미엄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가늠하는 검증이다. 만약 이번에도 문대림·위성곤 후보에게 양자 대결에서 밀리는 결과가 나온다면,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는 치명적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중앙당 역시 이번 조사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지사가 도전자들에게 포위당한 형국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공천 심사의 결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송재호 전 의원이 던진 ‘원팀’이라는 화두와 KBS 조사가 결합하며, 제주지사 선거는 이제 개인의 지지율 싸움을 넘어 ‘제주 권력의 재편’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