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이 27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를 ‘유엔 AI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대규모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정작 허브의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의 구체적 발표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해, 선거용 ‘속 빈 강정’식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제주를 전 세계 AI 질서의 중심이자 국제 외교의 상징인 제네바를 넘어서는 ‘글로벌 AI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제주가 2002년 국제자유도시 출범 이후 20년이 흘렀음에도 위상에 걸맞은 국제기구 하나 없는 ‘이름뿐인 국제도시’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돌파구로 AI 거버넌스 구축을 내세웠다.
주요 계획으로는 △UN-대한민국 공동 AI 연구소 및 글로벌 AI 거버넌스 센터 건립 △제주의 풍황 자원을 활용한 ‘그린 AI’ 거점 구축 △글로벌 AI 교육 센터 설립 등을 열거했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위원회가 지난 스위스 제네바에서 ILO(국제노동기구), WHO(세계보건기구), WFP(유엔세계식량계획), UNDP(유엔개발계획), IOM(국제이주기구),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등 6개 기구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공약의 구체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보도자료만으로는 유엔 AI 허브의 성격이나 조직 구성, 역할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위 의원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위 의원은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국제기구를 어디에 둘 것인지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정부 사이드에서 발표된 게 없기 때문에 차지호 의원(유치위원회 간사)의 말에 의하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만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이 내건 핵심 공약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 정부의 향후 계획에 기대어 답변을 대신한 셈이다. 그러면서 위 의원은 ‘무비자 입국 제도’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제주의 강점으로 꼽으며 독보적인 후보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글로벌 AI 허브’라는 거대 담론만 무성했을 뿐, 제주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도민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 실행 계획은 빠져 있었다. 중앙 정부 프로젝트를 지역 공약으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내실보다는 외형 확장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