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생 ‘방패막이’ 세워 감액 및 폐기… 고의숙 교육행정 파렴치 ‘공약 세탁’

제18대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의 주요 선거 공약들이 줄줄이 축소·폐지되는 과정에서는 ‘도민평가단(이하 평가단)’이 사실상의 심의 기구로 가동됐다. 도교육청은 지난 1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2차 회의(7일), 3차 회의(15일) 등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단 세 차례의 회의를 거쳐 공약실천계획 평가와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오가는 주요 공약 조정 안건 처리를 사실상 끝냈다.

▲보름 만에 3차례 회의… 굵직한 예산 공약 변경 줄줄이 가결

평가단은 만 18세 이상 도민 23명과 청소년인 학생위원 12명 등 총 35명으로 구성됐다. 15일 제3차 회의에는 위촉 위원 35명 가운데 34명이 참석했다. 이날 상정된 총 7건의 공약 조정 안건 가운데 6건은 교육청이 제시한 원안대로 가결됐다. 초등 70만 원, 중고등 50만 원이던 입학준비금은 각각 30만 원과 20만 원으로 대폭 감액됐고, 제주 4·3 평화교육관 건립, 학교환경교육지원센터 설치, KB(한국형 IB) 국가협력센터 유치 등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주요 사업들이 전면 백지화되거나 축소됐다. 특별법 개정을 통한 교육 재정 확충 역시 세출 구조조정이라는 쉬운길로 변경됐다. 유일하게 ‘제주형 IB 고등학교 서부 지역 추가 지정 삭제’ 안건만 15대 15 가부 동수로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을 뿐이다. 세 차례 회의에 제공된 심의 자료는 전적으로 교육감직 인수위원회의 사전 검토 보고서와 실무 부서의 설명 정도에 국한됐다. 평가단 판단의 참고 자료로 제공된 내용들이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결국 전문성과 독립성이 결여된 평가단 구성은 집행부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구조적 한계를 낳게 됐다. 평가단 전체 인원의 30%에 달하는 12명은 고도의 행정 경험이 없는 학생 위원들이다. 당초 청소년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 다뤄진 안건은 조례 개정, 교부금 감액, 특별법 개정, 세출 구조조정 등 전문 관료나 성인 전문가조차 면밀한 검증이 버거운 사안들이었다. 독립적인 검증 인력이나 대조군 데이터 지원 없이 교육청 관료들이 작성한 보고서만 던져진 현장에서, 청소년과 비전문가 도민들은 집행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교육행정이 평가단의 미숙함을 악용해 사후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패막이로 소비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 150분 ‘번갯불’ 회의… 집행부 면죄부 된 ‘깜깜이’ 추인

단 3차례의 회의 일정 역시 철저히 요식 행위로 채워졌다. 1·2차 회의가 단순 안내와 설명 청취에 그친 데 이어, 실질적인 토의와 투표는 3차 회의 당일 분임 토의 90분과 본회의 60분 등 고작 150분 만에 끝났다. 핵심 공약이던 ‘입학준비금’은 초등 40만 원, 중고등 30만 원이 일시에 깎여나갔음에도 회의장에서는 구체적인 재정 산출 근거나 지표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예산 범위를 벗어났다는 집행부의 짤막한 논리 하나로 분임 전원 찬성이 만들어졌고, 본회의에서도 일사천리 찬성표가 쏟아졌다. 삭감의 타당성을 입증할 객관적 수치조차 내놓지 않은 채 주민 투표를 이끌어낸 것은 전형적인 ‘깜깜이’ 추인이다.

▲ ‘공약 세탁기’로 전락한 평가단… 알리바이 뒤로 숨은 교육청

평가단 제도는 교육감의 공약 실천계획과 이행 사항을 도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참여 기구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교육감이 선거판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남발했던 비현실적인 선심성 공약들을 합법적으로 파기·축소하기 위해 주민과 학생을 동원한 공약 세탁기로 철저히 임무를 다했다. 선거 당시 당선을 위해 무리하게 내걸었던 파격적인 약속을 취임 직후 뒤집으면서, 교육청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과 비난의 화살을 도민들이 직접 숙의해 내린 결정이라는 알리바이 뒤로 숨겨버린 것이다.

도교육청은 다음 달 중 최종 권고안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고 교육감은 수용 여부를 확정 공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민 직접 참여라는 거버넌스의 탈을 쓰고 집행부의 책임을 면탈해 준 거수기 평가단의 오명은, 향후 교육행정의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갉아먹게 됐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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