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은 선출직 공직자에게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의 청사진을 구체적인 행정의 궤도로 올리고, 그간 제기된 논란과 혼선에 대해 도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첫 번째 공식 검증대다.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7일, 송영훈 도의회 의장이 오는 12일 각각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메라 앞에 서는 이유도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이자 의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14만9천여표를 얻어 당선된 제주 교육의 수장 고의숙 교육감의 100일 일정표에 ‘기자회견’은 찾을 수 없다. 언론 대응과 대외 소통을 총괄하는 공보담당관실에서 100일 회견의 필요성을 건의했지만, 교육감의 최측근 참모 그룹인 비서실 선에서 이를 만류하며 일정이 최종 무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는지 알 길은 없지만 스스로 소통의 문을 걷어찬 것이다.
다만 비서실이 이처럼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며 소통 창구를 차단한 속내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가장 큰 뇌관은 고 교육감을 향한 ‘사법 리스크’를 떠올리게 된다. 선거공보물 허위 기재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자칫 향후 수사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실언이 나올 수 있다는 법률적·정무적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당장 도민 앞에 내놓을 성과표도 궁색한 처지다. 앞서 본지는 입학준비금 삭감 심의 자료 공개 요구에 대해 “제18대 공약실천계획은 수립 중”이라며 “내부 검토 사항이 포함돼 현 단계에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교육청의 공식 답변을 받았다. 취임 100일이 되도록 핵심 공약의 뼈대조차 확정하지 못했음을 행정 스스로 자인한 마당에, 설익은 계획을 들고 회견 석상에 서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을 테다.
수사를 방어하고 미흡한 행정의 민낯을 감추기 위한 고의숙 교육감의 전략적 선택은 조직 논리상 일견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결과가 도민의 알 권리와 투명한 소통의 포기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교육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불투명한 행정을 누구보다 매섭게 질타하며 송곳 검증을 벼렸던 고의숙 교육감이다. 위기 관리를 위한 밀실 정무 판단이 당장의 쏟아지는 소나기는 피하게 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수장의 비전과 진솔한 해명을 직접 듣고 싶어 하는 도민과 학생들에게, 기묘한 침묵의 100일은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제주 교육행정의 씁쓸한 현주소로 각인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