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라단지 3천억 예치금 요구…언론들의 상반된 시선 왜?

같은 사안을 두고 바라보는 언론사의 시선이 이토록 다를 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한주였습니다.

오라관광단지 사업을 위해 꾸려진 자본검증위원회가 지난 27일 9개월만에 다시 회의를 열었다고 하는데요. 사업자의 자본조달 계획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년 6월까지 예치금 또는 보증금 명목의 3373억원을 제주도가 지정하는 계좌로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도내 방송은 자본검증위에 나온 사업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데 방점을 찍은 반면, 도내 주요 일간지들은 ‘무리한 요구’나 ‘발목잡기’ 심지어 ‘갑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검증위의 결정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오라단지 자본조달능력 불충분…결론 해넘겨’라는 제목으로 27일 저녁 방송된 제주MBC 뉴스 리포트는 “자본검증위가 사업자인 (주)JCC 모기업에 대한 투자확약서와 해외 투자사례, 자본 조달 방안 등 추가 자료를 검증했지만 자료가 불충분해 심의를 보류했다”며 “중국 정부가 외화반출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JCC의 모기업이 3천억원을 입금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같은날 ‘오라관광단지, 자기자본 10% 예치하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JIBS 리포트 역시 미묘한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자본검증위원회는 모기업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 이같은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라며 “자본검증위원회의 요구를 사업자가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BS제주 뉴스는 검증위 활동이 내년 중반까지 예고된 가운데, 앞으로 투자금 예치 문제가 사업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반면 일간지들의 시선은 180도 상반된 모습입니다. 28일자 <제주신보>는 1면 머릿기사로 ‘3373억 예치…무리한 요구 논란’이라고 심의위 결과를 전하고 있습니다. 기사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면 이렇습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자본검증위의 이날 결정을 놓고 개발업계에는 타 개발 사업과도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이죠.

‘오라단지 사업자에 거액 투자금 예치 요구’라는 제목의 <한라일보>는 “자본검증위원회가 근거 없는 의혹에 대한 검증을 명목으로 다시 자본검증을 지연시키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하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고요, ‘승인전 수천억 예치 요구…투자 발목잡기’라는 <제민일보>는 “개발사업 시행승인 최종 단계에서나 나올만한 내용을 요구하는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제주일보> 정도만 ‘오라단지 3373억 선 예치 조건 제시’라는 기사로 사업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드라이’하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검증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불만을 가질 소지 역시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도민 10명 가운데 9명이 자본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힌 여론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개발사업시행 승인 과정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자본검증을 별도의 위원회로 빼어낸 것은 그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겠죠. 어디까지나 자본검증은 행정의 일방적 요구가 아니라 도의회의 요청과 제주도와 사업자의 수용 과정이 있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겁니다. 법적으로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검증위의 예치금 요구는 논란이라는 주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본검증위 역시 그동안 회의도 제대로 개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자본검증 전문기관 선정 등에 노력하지 못했다는 사실, 즉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지적받아 마땅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간지의 기사 포인트가 차라리 사업자를 위한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닌 도정의 무능 또는 자본검증위의 방임으로 갔으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단군 이래 제주 최대의 개발사업’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저널리즘의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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