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하는’ 결론만 뚝딱…원희룡 제주지사의 놀라운 Logic 구조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발언으로 평온해야 할 세밑 제주가 연일 시끄럽습니다.

지난 26일 JIBS 초청으로 열린 신년대담 자리에서의 발언 때문인데요.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검토위원회의 결론(입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는데 이걸 언제까지 늦출겁니까?”

지난 몇 달 간 활동하다가 국토부의 연장거부로 사실상 해산된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및 기본계획 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가 기존 용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뜻인데요. 이에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이 즉각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검토위는 그동안 숱한 쟁점과 의혹을 마저 검증하지도 않은 채 국토부의 일방적인 활동 연장 거부에 따라 강제 종료됐다. 검토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강제 종료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 지사가 마치 결론이 나온 것처럼 말해 의아스럽다. 원 지사의 뻔뻔한 거짓말 정치의 종말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죠.

거짓말 논란이 불거나오자 제주도가 해명에 나섰습니다. 녹화 당시 원 지사의 발언은 방송사의 요청에 따른 예측발언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보통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하게 되면 방영 시점에 맞춰 몇 가지 표현을 주의해달라고 당부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방송의 경우 2018년 12월 26일에 녹화했지만, 2019년 방송이 나가기 때문에 2019년은 ‘내년’이 아니라 ‘올해’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현 시점에서 알 수 없는 상황을 미리 예견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관련발언은 언론보도와 국토부의 통보일정 취소 등을 감안했을 때, 예정된 방송일시에 결론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국토부가 검토위 활동 종료와 함께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미루어 짐작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방송녹화 당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게 아니라고 결론 내린’ 주체가 검토위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해명자료에서는 이게 국토부로 은근슬쩍 바뀌었군요.

그 얘기는 이 쯤에서 차치하고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것이 이 발언을 보면서 원희룡 지사의 재미있는 논리 회로가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혹시 영리병원 조건부 허용 당시 MBC 100분 토론 기억하십니까?

‘외국인 진료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줄기세포 시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 “허구적 가정”이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법 하나만 개정하면 언제든 가능한 상황인데 ‘거짓’이라고 단정하는 말이죠.

이에 반해 이번 발언건은 새롭더라고요. “기존 제2공항 추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라는 문장을 참으로 성립시키기 위한 조건은 단 3개면 충분합니다. “방송사가 발언 시간 기준을 맞춰달라고 했다” +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다” + “국토부가 통보일정을 취소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면 이런 로직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역시 전국 수석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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