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뉴스] 키워드로 읽는 제주(3월 3주)

▲ 프로그램 : KBS제주방송총국 <탐나는 제주>

▲ 방송일자 : 3월 18일(목) 오후 5:30~6:00


[앵커] 어렵고 복잡한 뉴스를 쉽고 재치 있는 키워드로 풀어보는 <알고팡 보고팡 팡팡뉴스> 이어갑니다. 코너지기인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하는데요. 첫 키워드 ‘도지사의 유행어’네요. 이번주에도 이분이 등장하시는군요?

[고재일] 우스개 소리로 도민들 사이에 원희룡 도지사의 유행어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마 ‘다만’이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 새로운 유행어를 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죽이든 살리든’ 인데요. 제2공항을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난 10일 ‘제2공항, 정부가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해라’라는 발언을 한 이후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나 공개 발언에서 이 표현을 굉장히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제 하루에만도 이 말을 공개적으로 두 번씩이나 했습니다. 도의회 본회의 현안질의에 나선 홍명환 의원의 질의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이 결정하라”고 답했고요. 이후 <KBS제주> 뉴스 대담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마지막 멘트로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앵커] 제2공항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면 ‘살리는 것’이고 백지화하면 ‘죽이는 것’처럼 해석되는데요. 발언 수위가 좀 아슬아슬하네요?

[고재일] 원 지사가 이미 제2공항 이슈를 정치적 쟁점으로 끌고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일면 예상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 지사의 공세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월요일에는 제2공항 반대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제주를 찾은 정의당의 심상정 전 대표에게 ‘일부의 목소리만 듣고 선동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일대일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대권 정국에 앞서 제2공항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정치적 프레임이 갇혀 도민 여론조사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원 지사가 성산읍 일대에 투기가 있었는지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건 어떻게 해석되고 있나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지난 월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원 지사는 제주판 LH 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공무원 투기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바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이 현직 공무원에 한정되다 보니 예정지 발표 당시에 재직했던 퇴직자는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단순히 명부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보니 친인척 등 차명거래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밖에도 2015년 당시 외지인의 토지 거래가 상당히 많았는데 정부 부처나 용역기관 등의 데이터를 지자체가 확보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올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로 넘어가 보죠. ‘폐가의 변신은 무죄?’ 어떤 내용인가요?

[고재일] 정부가 인증하는 집값을 주택 공시가격이라고 하죠. 세금 부과는 물론이고 기초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이 산정의 기초 데이터로 이용되는데요. 때문에 엊그제 정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일부 지역에서는 급등 양상을 보이며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별개로 제주도가 지난 1월 25일 정부의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자체 검증해 보니 47건의 오류가 확인돼, 최소 1천134곳의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며 공시가격 동결과 전면 재조사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표준주택으로 선정해서는 안되는 버려진 폐가나 빈집 등이 반영됐다는 것인데요. 표준주택의 공시가격 산정이 이렇게 명확하지 않고 오류 투성이인데, 공동주택은 오죽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앵커] 모든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적인 표본을 정하는건데 이번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지적됐나요?

[고재일] 폐가나 빈집을 표준주택으로 삼은 경우가 18건으로 확인됐는데요. 이 때문에 353곳의 개별주택 가격이 왜곡된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고요. 무허가건물이 과세면적에 포함하거나 제외하는 경우가 16건 확인돼, 427곳의 개별주택이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일반 주택을 리모델링해 카페나 사진관, 음식점 등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표준주택으로 선정해 215곳의 개별주택 가격이 잘못 공시된 것으로 제주도는 분석했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60억원짜리 호화주택을 표준주택으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인근 주택의 공시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사례도 있었다고 제주도는 설명했습니다.

[앵커] 관련해서 정부의 입장 표명도 있었죠?

[고재일] 하필 이 부분도 제주도와 요즘 애증의 관계인 국토부가 담당하는 내용인데요. 어제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표준주택의 선정 등은 정부가 임의대로 한 것이 아니라 제주시와 서귀포시와 협의를 통해 선정한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양 행정시가 보유한 건축물대장과 지방세 과세대장에 기초해 이뤄진 조사라는 것인데요. 표준주택으로 선정됐다는 폐가 4채 가운데 2채는 실제 폐가로 확인된 이후 표준주택에서 제외했고요. 나머지 2채는 단순히 비어 있는 집, 건축법상 건축물에 해당하는 ‘공가’라는 겁니다. 또 지자체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무허가 건물을 표준주택으로 선정할 수 없다며 제주도의 주장에 반박했고요. 60억원짜리 초고가 주택을 표준주택으로 선정해 공시가격을 왜곡했다는 제주도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단독주택의 가격산정에 활용된 바 없기 때문에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누구탓이냐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공시가격 산정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어떨까 싶네요. 세 번째 키워드 살펴보죠. ‘판결문의 온도’. 그제 역사적 판결문이 나왔는데 관련 소식인가요?

[고재일]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얘기가 있죠. 가슴을 울리는 판결문이 화제인데요. 지난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에서 형을 선고받고 옥살이 하던 중 행방불명된 13명과 수형인 등 335명에 대한 재심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이날 장찬수 부장판사의 판결문이 도민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국가가 완전한 정체성 갖지 못했을 때 피고인들은 목숨을 빼앗겼고 자녀들은 연좌제에 갇혀 살아왔다. 과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삶을 살아냈는지, ‘국가는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몇 번씩 곱씹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오늘의 선고로 피고인과 유족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고, 고인이 된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이제 오른쪽, 왼쪽 따지지 않고 낭푼에 담은 지슬밥에 마농지 뿐인 밥상이라도 그리운 사람과 마음 편하게 둘러앉아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는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언제쯤이면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기사를 쓸 수 있을지 부럽기만 하네요.

[앵커] 다시 들어도 정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4·3의 완전한 해결로 이젠 제법 속도를 내고 있단 생각이 드는데요. 이날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었죠?

[고재일] 그렇습니다. 4·3사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기가 될 법적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수형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재심 조항을 신설하고 희생자에 대한 국가 피해보상 근거를 명시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일괄해 유죄판결의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면 법무부 장관이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게 됐고요. 아시는 것처럼 희생자 피해보상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입법도 추진하게 됩니다.

[앵커] 너무나 반가운 소식인데요. 하지만 아직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행불인 수형희생자가 2천명 넘게 있습니다. 이분들이 하루 빨리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발 빠르게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서 정리하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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