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4.3 왜곡 현수막 이래서 찢어야 했다

▲ 인터뷰 일시 : 2023년 3월 27일 18:30

요즘 지역 뉴스를 달구고 있는 게 있죠. 바로 우리공화당 등 이른바 원외 보수 정당 등의 명의로 도내 80여군데 게시된 현수막인데요.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국가 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들의 역사적 인식과 정서에 배치되는 왜곡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의 명의로 내건 현수막이다보니, 잘못된 내용을 게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철거할 수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판단인데요. 김한규 국회의원의 맞불 현수막에 이어, 이런 거짓 현수막을 유족들이 보게 할 수 없다며 직접 행동에 나선 시민이 있어 화젭니다. 


➀ 먼저 선생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조승택이라 합니다. 저는 육지 사람이고요. 제주도 토박이는 아니고 이제 드나든 지가 12년 됩니다. 처음 여기서 만나 형제처럼 지내는 분들이 여럿 있는데, 그분들이 너무 좋아서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② 본인이 직접 해당 현수막을 훼손한 것이 맞는지요?, 훼손한 이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뭐 굳이 숨어서 할 일도 아니었고요. 밤에 다니면서 몰래 찢은 것도 아닙니다. 제가 낮 시간에 농산물 출하를 하러 다니는 길에 있는 현수막인데요. 대로변에 그냥 차 세워놓고 떳떳하게 그냥 자른 거죠. 숨어서 한 것도 아니고 또 숨어서 할 일도 아닙니다. 4·3에 대해서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당시 제주도민들이 무슨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꽉 박혀서 그걸 반대하고 경찰, 군인하고 싸웠겠습니까? 그건 아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사건 발발에 대해 여러 가지로 이해를 할 만한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삼일절 행사를 하며 애가 밟혀서 죽었는데 그 사건을 갖다가 제대로 무마를 하지 않고 억압적으로 누르려고 그러니까 반대를 했겠죠. 

③ 현수막 훼손과 관련해 경찰서에 출석하셨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조사받으셨고, 혹시 후회는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경찰서에서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것만 조사를 하죠. 적용된 혐의는 일단 재물 손괴라고 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제가 현수막을 이빨로 물어 뜯을 수는 없잖아요. 도구(칼)를 썼다고 특수재물손괴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제가 원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별로 그렇게 생각들은 안하고요. 그게 누군가는 해야 되는 거죠. 정당의 현수막이라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국민을 좀 더 좋은쪽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 걸린 현수막은 절대 거기에서 반대되는 개념이죠. 그건 정치가 아니죠.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배설이죠.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 뿌려서 문지르는 짓이죠. 그거 나쁜 짓이죠. 아주 패륜적인 행동이다.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거는 인간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겁니다. 

④ 우리공화당 등 일부 극우 정당이 4·3을 앞두고 왜 이런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보시는지요?

일종의 관종(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하는 부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람들 본류가 원래 태극기 부대죠. 그분들 시위에 나가서 일장기 들고 성조기 들고, 이스라엘 국기까지 듭니다. 일본의 극우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를 욕하잖아요. 그런데 대한민국 극우는 다른 나라를 위해서 우리를 욕을 해요. 대한민국의 보수는 대체 뭡니까. 보수가 아니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가 낳은 비극이라고 저는 이해를 해요.

⑤ 언론사에 입장문을 보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숨어서 할 일이 아니고, 법적으로 못 뗀다고 그러면 법이 잘못된 거죠. 4·3은 벌써 진상조사가 다 끝났고 그래서 보상이 지금 실시되고 있는데, 그걸 갖다가 그런 현수막을 걸고  상처를 다시 해집고..그것도 피해 지역에서..그거는 아니죠. 섣부른 정의감이나 소영웅주의에 술 한 잔 먹고 그렇게 찢었다고 누가 인식할까 봐, 그래서 유족들 한 분이라도 덜 봤으면 하는 마음에 그래서 부지런히 다니며 찢었노라 알리게 된 겁니다. 

⑥ 4·3특별법은 왜곡 등 허위사실 게시에 대한 처벌조항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법률안 개정에 공감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생각이신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해방 후 제대로 된 과거사 청산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일부 정치 세력이 역사에 대한 왜곡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요. 그 줄기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일제 청산이라는 걸 절대 못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역사 공부를 좀 더 하셔서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데, 지금은 먹고 살기 힘드니까 공부를 안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⑦ 유족과 도민 사회에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생각을 참 여러 가지로 하죠. 어떤 이는 저를 보고 과격하다 생각하는 분도 있으실 것이고 또 어떤 분은 이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할 수도 있고, 점잖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현수막 만큼은 절대로 그냥 두면 안 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3도 이제 어느 정도 수준의 역사적,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역사를 왜곡하고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서 현수막을 걸었는데, 합법적으로 뗄 수 없도록 꼼수를 부렸어요. 속 쓰리지만 그냥 넘깁시다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건 아닙니다. 4월 제주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행동에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와 같이 굳이 유족이나 관계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주의 4월을 같이 아파하는 국민도 있다는 것을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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