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산간 지역과 수도권 일대에서 훈련된 개와 특수 도구를 이용해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사냥한 30대 남성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사냥 장면을 촬영해 동호회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일부 동물은 건강원에 넘겨 약재로까지 가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자치경찰단(단장 오충익)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와 B씨를 사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 중산간을 비롯해 경기도 군포와 수원시 일대 야산을 돌며 오소리와 노루, 사슴, 멧돼지 등 16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불법 포획하고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A씨는 진돗개를 훈련시켜 야생동물을 물어뜯게 하거나, 창과 지팡이 칼로 동물의 급소를 찔러 죽이는 방식으로 사냥에 나섰다. 일부 동물은 돌로 머리를 가격해 죽이는 등 잔혹한 방식이 동원됐다. B씨는 A씨와 함께 8차례 사냥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잔혹한 사냥 장면을 촬영해 진돗개 동호회에 공유하고, 이를 통해 개 교배 및 위탁 훈련 명목으로 수익을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포획한 동물 중 일부는 가공처리 후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내거나 본인이 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잔혹한 범죄는 용의주도하게 이뤄졌다. 피의자들은 생태변화 연구자료와 도감을 활용해 동물 서식지를 사전에 파악하고,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한 뒤 인적이 드문 밤 시간대에만 사냥을 감행하는 등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동물의 사체는 운반 중 적발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해체하고, 개의 먹이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피의자들은 현장 적발에 대비해 “개가 산책 중 우연히 야생동물을 공격했다”고 진술하기로 사전 모의한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실제 조사에서 동일한 진술을 반복했지만 확보된 영상자료와 증거에 따라 혐의가 입증된 것이다.
자치경찰단은 추가로 연루된 3명과 건강원 운영자를 불구속 송치했으며, 관련 수사를 영상강유역환경청 및 야생생물관리협회와 협력해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밀렵 수준을 넘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집단적 폭력행위”라며 “개를 이용한 사냥은 사냥개에게도 기생충과 바이러스를 전파해 조류독감·돼지열병과 같은 감염병 확산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치경찰단은 지난해 10월 영상강유역환경청과 야생생물관리협회(제주지부)와 첩보를 공유해 수사에 착수했고, 제주지검 형사3부의 수사지휘 하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피의자들의 범행 영상 500여 건을 확보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야생동물의 상습적 학대와 불법 포획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불법 도구 제작·소지 및 불법 섭취 행위도 최대 1년 이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자치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 범죄에 대한 예방과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