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디지털 교과서(AIDT)가 끝내 교과서 지위를 잃었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찬성 162표, 반대 87표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AIDT는 법적으로 더 이상 정식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전환된다.
본회의에서는 여야 의원 간 뜨거운 토론도 오갔다.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부산 동래구)은 “AI 시대에 종이 교과서만 고집할 수 없다”며 AIDT의 교과서 지위 유지를 촉구했다. 그는 “장애학생이나 정보 격차가 큰 지역 학생들에게 AIDT는 교육 기회를 확장하는 도구”라며, 법적 지위 박탈이 교육 형평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성국 의원(부산진구갑)도 “교과서로 인정받지 못하면 무상 제공에서 제외되고, 검증 체계나 저작권 보호 등 제도적 기반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서울 광진을)은 “AIDT는 AI가 아니라 단순 문제풀이 소프트웨어일 뿐”이라며, “실증 부족, 현장 반발, 낮은 활용률 등 실패한 정책을 유지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적 논쟁 끝에 결국 AIDT는 디지털 교과서가 아닌 단순 보조자료로 밀려났지만 가장 큰 혼란은 현장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교육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당장 올 1학기 AIDT를 채택해 운영했던 교육현장은 방향을 잃고 있다. AIDT 채택률이 50%에 달했던 제주도교육청도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교사들은 이미 AIDT를 중심으로 수업 틀을 바꿔 운영해왔고, 학생들 역시 이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제주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드림노트북’ 사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드림노트북은 모든 학생에게 개인용 노트북을 지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기반 수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AIDT가 교과서 지위를 상실하면서, ‘디지털 교육’의 법적 기반이 사라진 셈이다. AIDT와 병행해 수업 체계를 정비해온 학교들 입장에서는 수업 자료 재정비, 학습 평가 방안 변경 등 행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 공교육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방향성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AIDT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과 기술력, 그리고 실험적 수업의 경험이 법 개정 한 줄로 무력화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현장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민간 교과서 제작사들 또한 향후 개발과 투자를 줄이며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당분간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은 과제는 혼란을 줄이고 방향을 다시 정비하는 일이다. 교육부가 얼마나 빠르게 후속 지침을 내놓고, 제주도교육청이 이를 현장에 적절히 적용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특히 도교육청은 드림노트북 사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AIDT의 공백을 메울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AIDT는 사라졌지만, 디지털 교육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정책은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다. 이번 정책 후퇴가 단지 ‘속도 조절’이 아니라 ‘신뢰 붕괴’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와 교육청 모두에게 정교한 재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