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D등급’·이사장 공석 상황서 J지구 테마파크 본격화 발표…“헬스케어타운·예래휴양형단지 좌초 교훈 잊었나” 우려 확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2천500억원 규모의 신화역사공원 J지구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낙제 수준의 경영평가 판정과 이사장 공석 등 불안정한 환경에서 굳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9일 신화역사공원 J지구 ‘테마파크-J’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제주 신화를 K컬처의 새로운 콘텐츠로’라는 주제를 내세워, 3단계에 걸쳐 제주의 신화와 자연을 글로벌 콘텐츠와 융합한 복합 문화·관광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약 2천500억원의 총 사업비 가운데 JDC는 1단계 예산 900억을 투입하기로 했다.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 120만평 부지에서 추진되는 신화역사공원은 2006년 제주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 일환으로, A, R, H지구는 중국계 자본인 람정제주개발(주)이, J지구는 JDC가 나눠 개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JDC는 내년 8월까지 인허가를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 1단계 사업을 착공한 후, 2029년 상반기 준공과 개장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JDC가 불과 지난달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JDC는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미흡)을 받으며 전 임직원이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따른 경영 전반에 대한 쇄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며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 기능 강화 등을 목표로 연말까지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장기간 수익 창출이 불투명한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은 스스로 내세운 ‘긴축·혁신’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민간사업자 유치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시선이다. JDC는 2·3단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와의 협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대규모 투자에 참여할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면세점 매출 감소로 주요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JDC가 주도권을 쥔 채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평가가 따른다.
경영진 공백 문제 역시 사업 추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현재 JDC는 이사장과 부이사장이 동반 사퇴하면서 곽진규 본부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후임 이사장 임명까지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사실상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수천억원 대 신규 사업을 발표한 것은 조직 운영의 안정성에도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다.

JDC 측은 이번 사업이 지난해 10월 이사회에서 이미 보고된 안건이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크다. 헬스케어타운, 예래휴양형단지 등 과거 JDC가 추진했다 좌초된 대형 사업들의 전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난개발 논란과 행정·법적 분쟁을 거치며 결국 좌초한 사업들이 지역사회에 남긴 상처는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수익성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신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업은 제주 신화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상징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당초 2018년 기본계획 당시 제안했던 ‘솟을 신화역사공원’ 구상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가 있다. ‘제주 신화 속 영등할망부터 영감형제까지 다양한 신들을 만나는 체험형 공간’이라는 초기 취지가 ‘K컬처와의 융합’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상업화된 방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순히 ‘한류’라는 키워드를 덧씌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은 수익성이다. JDC가 밝힌 바와 같이 2026년 인허가 완료 후 착공, 2029년 준공·개장을 목표로 한다 해도, 그 사이 JDC의 경영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업은 좌초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실패 사례들이 보여주듯, 무리한 확장과 검증되지 않은 사업 모델은 결국 지역 사회와 도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