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강경 진압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등록…제주 사회 강력 반발

제주4·3 사건 당시 강경 진압작전을 지휘했던 고(故)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제주 사회 전반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지난 10월 박 대령 유족의 신청을 승인하고, 서울보훈지청이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국가유공자증까지 전달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지역 정치권과 4·3 단체들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 법적·행정적 절차를 통해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여서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4·3 당시 강경 진압 지휘…논란의 중심에 선 박진경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 부임한 연대장으로, 당시 군·경의 초기 강경 토벌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러 증언과 기록에서 “폭동 진압을 위해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발언한 정황이 남아 있으며, 4·3단체들은 그를 민간인 희생을 부른 초토화·강경 진압 기조의 핵심 인물로 비판해왔다. 박 대령은 부임 한 달 만에 부하들에게 암살당한 뒤 1950년 을지무공훈장이 추서되었고, 전몰군경으로 인정받아 현충원에 안장됐다. 보훈부는 이번 유공자 등록에 대해 “기존 전몰군경 지위를 무공수훈 범주로 다시 정리한 행정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 지역 정당·단체 잇단 반발…“가해 책임자에 대한 미화”

하지만 도민 사회는 이러한 보훈부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 김명호)은 성명을 통해 “4·3 학살의 주범 중 한 명을 애국정신의 귀감이라 규정한 것은 도민의 아픔을 외면한 처사”라며 즉각 취소를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제주도당(위원장 김상균)도 “제주 인구의 1/10이 사망·실종된 초토화 작전의 중심 인물을 국가가 예우하고 있다”며 “국가가 가해자에게 훈장을 안기는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역시 “가해 책임자를 국가유공자로 추앙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짓밟는 행위”라며 국가보훈부의 결정을 반인권적 행정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차원에서는 문대림 국회의원(제주시갑)으로부터 첫 공식 반응이 나왔다. 문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고한 제주도민을 향한 폭압의 책임자를 국가가 영예롭게 기리는 것은 깊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유공자 지정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정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 제주도당과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아 향후 정치적 파장에 관심이 모인다.

■ 그러나…법적 취소 절차는 매우 어려운 구조

제주 사회의 여론 반발과는 별개로, 실제 국가유공자 등록을 법적으로 취소하는 절차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률상 취소는 ▷등록 당시 허위자료 제출 ▷요건 불충족 ▷중대한 위법성 등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박 대령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몰군경으로 인정된 인물이며, 이번 재등록 역시 무공수훈 범주의 ‘행정적 정리’라는 점에서 위법성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사적 책임을 이유로 유공자 지위를 취소한 전례는 거의 없는 만큼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법률가들도 내다보는 상황이다. 이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보훈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폭력의 기억을 어떻게 기리고 평가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국가폭력의 기억을 누가 결정하는가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 벽은, 오히려 제주 사회의 분노를 더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4·3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으로 공식 규정된 상황에서, 당시 강경진압 지휘관에게 국가가 예우를 다시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향후 보훈부의 정책적 대응과 국회·정당 차원의 입장 변화가 중요한 향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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