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일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고재일의 뉴스톡> 방송 내용입니다.
[류도성] 월요일마다 돌아오는 뉴스톡 시간입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합니다.
[고재일] 오늘은 수돗물 유충 사태 정리해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아마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의학기술 만큼이나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환경이 바로 깨끗한 상하수도거든요. 그만큼 도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보니 충격이 큰 것 같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류도성] 유충이 나왔다는 강정정수장은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죠?
[고재일] 어제부터 중단됐고요. 주변의 다른 급수지역에서 물을 끌어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서귀포시 동 지역 3만1천여명에게 하루 2만5천톤을 공급하는데요. 쓰지 않던 수도관로에 물을 보내다 보니 녹물이나 탁수가 관찰될 수도 있고, 관로에 남아있던 유충이 섞여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또 수압이 떨어져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류도성] 유충이 깔따구로 최종 확인됐는데. 깔따구가 어떻게 유입됐을까요?
[고재일] ‘타마긴털깔따구’와 국내 미기록종 ‘깃깔따구속’, ‘아기깔따구속’ 유충 등 3종으로 확인됐는데요. 신고 접수 역시 1백여 건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비교적 제한된 서귀포시내를 중심으로 단시간에 많은 신고건수가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공동주택의 저수조나 가정 내 부수구 등 외부에서 유충이 유입된 상황이 아니라 정수 계통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죠. 좀 더 살펴봐야겠습니다만, 제주도는 다른 지역처럼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강정천을 통해 유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강정천 상류의 고인 물에서 유충이 발생했는데, 이게 빗물에 쓸려 강정정수장으로 유입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류도성] 고여 있던 물이니까 유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해가 되는데요. 이걸 정수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걸러야 하는 것 아닌까요?
[고재일] 말씀하신대로 유충이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합니다. 모기 성충이 알을 낳기 위해 물가를 찾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정수장의 보안시설을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날아드는 벌레 한 마리까지 모두 막을 수는 없을겁니다. 문제는 정수 과정에서는 이걸 걸러 낼 수 있어야 하는데요. 결론적으로 여과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차례라고 봅니다.
[류도성] 일반적인 수돗물 여과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고재일] 수원에서 들어온 물 가운데 우선 큰 입자부터 가라앉게 하고요. 약품을 투입해 물 속의 불순물과 결합 후 침전하게 만듭니다. 이후 여과지를 통과하게 되는데요. 여과지는 물을 여과하기 위해 만든 연못 같은 것이라고 해요. 연못 바닥에 모래나 탄소 가루를 깔아 물이 아래로 빠지도록 하는 장치인데요. 모래나 탄소가 유기물을 거르거나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정수가 이뤄집니다. 여기까지 통과하게 되면 염소살균 후 정수장과 배수지를 거쳐 각 가정으로 보내는데요. 지난 7월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와 비슷하게 여과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류도성]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의 원인은 어떻게 파악됐나요?
[고재일] 숯의 흡착성을 이용해 이물질을 거르는 활성탄 여과지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최종 결과는 아닙니다만 주기적으로 활성탄을 청소하는 과정인 역세척을 너무 자주하게 되면 이물질을 거르는 생물막이 사라져 그대로 유충이 통과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주는 이 활성탄 여과지 방식이 아니라 모래로 여과지를 구성하고 있는데요. 활성탄과 달리 역세척을 자주 할수록 좋다고 합니다만 실제 강정 정수장에서의 역세척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류도성]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수돗물 정수 단계를 허술하게 관리한 측면은 있는 것 같네요?
[고재일] 제주도의 설명에 따르면 수돗물 원수 수질이 워낙 깨끗하기 때문에 활성탄 여과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역세척 주기도 길게 잡았다고 하는데요. 도내 17개 정수장 가운데 9곳은 지하수를 활용하고 있고요. 8곳은 용천수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류도성] 정수장의 노후화 문제가 제기된 만큼 여과 방식 개선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어요?
[고재일] 지난 달 열린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무소속 양병우 도의원이 해당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1983년에 급속여과지를 설치한 뒤 현재 40년 가까이 사용했다며 새로운 정수장 조성을 요구했는데요. 제주도는 당장 여과 방식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지금 여과지의 모래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게 한 달 가량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는 처리 단계별로 거름망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지는 의문입니다.
[류도성] 그런가 하면 수돗물 유충 문제가 정치적인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고재일] 지난 7월 다른 지역의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원희룡 지사가 자체 점검 후 제주의 수돗물은 삼다수 수준으로 관리한다고 했는데요. 불과 석달 만에 민망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원 지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원 지사가 유충 사태 발생 2주 만에 서귀포시를 찾아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나마 유충은 눈에 보이니 발견되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심각한 요소들이 많잖아요, 중금속이나 기타 미생물처럼. 전대미문의 수돗물 유충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지켜볼 일인데요. 행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류도성]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