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교권 침해 사건을 계기로 제주도교육청이 기존보다 강화된 교육활동 보호 정책안을 제시했다. 학교 민원 처리 시스템이 ‘대표전화’와 ‘홈페이지’, ‘온라인소통시스템’으로 단순화 되며, 사전 예약이 이뤄지지 않은 학교 방문은 거절될 수 있다. 지난 5월 ‘교육활동 보호 상황 대응 지원단’을 출범시킨 도교육청이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의 윤곽을 공개했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김광수)은 22일 도내 학부모 단체 관계자 10여명을 대상으로 ‘2025년 교육활동 보호 정책 강화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교원과 교직 및 기타 단체 간담회와 협의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했다.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학교 민원 처리 기준 전면 개정에 따라 대표전화와 홈페이지, 온라인소통시스템 등 3~4가지 공식 창구를 통해서만 민원 신청 접수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출입자 관리 강화를 위해 학교 방문의 경우 사전 예약제를 도입하게 된다.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학교 방문이 거절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교사의 개인 연락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하고, 대신 교육청이 제공하는 안심번호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교원의 법률적·심리적 지원도 강화된다. ‘우리학교 변호사’ 제도를 통해 민형사 분쟁 발생 시 상시 자문과 조사 동행을 보장하고, 기존 연 6회기였던 심리상담도 연 12회기로 확대한다. 분리 지도가 필요한 학생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분리지도실 설치 및 수당 지급, 교무행정인력 확대 방안도 담겼다. 현계련 도교육청 장학관은 “악성 민원의 대응 수단이 부족한 현장 교사의 교육활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심리적 안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 방향이 ‘소통의 복원’보다 ‘접촉의 차단’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학부모와 교사 간 직접 소통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민원 통로를 일괄적으로 좁히는 방식은 오히려 불신을 키우고 방어적 행정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교사와의 직접 소통을 원하는 경우 교육청을 경유해 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악성 민원’과 ‘일반 민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생 인권이나 학대 의심 사례 등 정당한 문제 제기가 위축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권 보호가 학생·학부모의 권리 보장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또한 행정 지원, 심리치료, 전담 조직 구성 등 다수의 지원책이 추진안으로만 제시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이나 실행계획이 뒤따르지 않은 점도 숙제로 남는다.
도교육청은 이번 간담회를 끝으로 교원, 교직단체, 학부모 대상의 3차례 의견 수렴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정책 토론회를 거쳐 8월 셋째 주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현장 교사가 심리적 안정 속에서 교육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민원처리 체계 확립과 맞춤 지원 강화, 학부모와의 긍정적 소통 문화를 위한 상호 존중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