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육성] ➄ 본말 전도된 도지사 공약…양질 일자리 대신 ‘숫자 채우기’

 <상장기업 20개 유치 및 육성>은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이다. 제주도정은 지난달 19일 "민선 8기의 첫 성과"라며 한 이전 기업의 상장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편중된 제주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 지역 경제 생태계를 확장할 기업 유치와 육성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도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기업의 역량, 시장성, 지속 가능성, 의지 등을 면밀하게 검증하는 과정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에 <제주팟닷컴>은 이번 기업 유치와 상장 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6회에 걸쳐 보도한다.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핵심 공약인 ‘상장기업 20개 유치 및 육성’은 지역 청년들에게 연봉 4천만 원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설계된 정책이다. 상장은 목표 실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주)아이엘커누스 유치와 상장 과정을 취재한 결과, 정책의 본래 취지가 퇴색하고 상장 자체가 목표로 전도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가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성장기업”이라고 소개한 이 회사는 실제로 완전자본잠식, 미미한 연구개발비, 불분명한 기술력, 비상주형 공유오피스 수준의 본사 등 기본적 요건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도정은 해당 기업을 ‘1호 상장기업 유치 성과’로 내세웠다. 상장 이전에 검토했어야 할 핵심 기준들이 사실상 비어 있었던 만큼, 정책이 처음부터 혼선 속에 추진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엘커누스 홈페이지 갈무리

■ 상장기업 = 고액 연봉?…꼭 그렇지 않은 현실

본지가 아이엘커누스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추산한 평균 연봉은 약 2천130만원 수준이다. 직급이나 공시 이후 채용 등의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급여와 퇴직급여충당금, 복리후생비 등의 비용을 전체 임직원 10명 기준으로 단순 평균한 결과다. 그동안 오영훈 지사는 여러 자리에서 “제주 청년들에게 최소 연봉 4천만 원을 받는 일자리 구조를 만들겠다”며 상장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공약의 기본 전제와 실제 기업의 현실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은 일정 수준의 임금 체계와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엘커누스의 급여 구조는 기술 기반 성장기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상장기업이면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도정의 설명은 현실적 근거가 매우 부족한 이유다.

감사보고서에 공개된 아이엘커누스의 인건비 항목. 10명의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와 복리후생비 합이 2억1300만원 가량이다.

■ 검증되지 않은 기업도 지원…뒤집힌 정책 구조

‘상장기업 20개’라는 목표는 정책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목표가 과도하게 부각되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엘커누스 사례는 그 위험성이 현실화된 경우다.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취약한 유동성과 낮은 연구개발비, 기술 진화의 흔적이 없는 특허 포트폴리오, 실제 운영 흔적이 없는 비상주형 공유오피스 본사 등은 기업 검증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 기술자료나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으며 평가 과정의 투명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상장됐으니 검증된 기업”이라는 제주도…근거는 어디?

제주도는 “코넥스 상장 심사를 통과한 기업이니 일정 수준의 검증을 마쳤다”고 주장하지만, 코넥스 상장 요건은 재무나 기술평가 기준이 낮아 절대적인 기준이라 볼 수 없다. 때문에 코넥스를 비상장과 상장 사이의 ‘중간 단계’ 정도로 평가하며, 기술·사업성 검증이 주요 요건이 아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상장을 곧 ‘검증 완료’로 간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상장 자체가 정책의 최종 목표가 되어버린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도지사 공약 달성 위한 ‘속도전’

애초에 제주도가 이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분명했다. 제주의 낮은 임금 수준과 산업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기반 상장기업을 유치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아이엘커누스 사례에서 확인되듯, 현재 추진되는 방식은 공약의 본질과 멀어져 있다.

기업의 실체·재무·기술·고용 능력 등을 검증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상장 숫자’ 채우기가 우선하면서, 정책의 철학이 사실상 무너졌다. 상장 실적은 만들어졌지만, 연봉 4천만 원 일자리라는 핵심 목표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 공약의 목적을 회복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엘커누스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의 상장기업 육성 정책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재무·기술·본사 실체·고용 능력 등 기초적 사실조차 점검되지 않은 기업이 ‘상장기업 육성 1호’로 선정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의 유치 기업들 역시 같은 기준으로 선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책이 본래 목적을 회복하려면 △기업 검증의 투명성 확보 △평가 기준의 공개 △일자리 중심의 정책 목표 재정비 △실적 중심 구조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