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제주 4·3 바로 알기 토크 콘서트’가 거창한 타이틀과는 달리 준비 부족과 졸속 기획 논란을 남기고 있다. 4·3 전국화를 위한 소통의 장을 표방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탐사 저널리즘 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행사였지만, 정작 토크 콘서트의 내용은 도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크 콘서트에는 JTBC 탐사보도팀장을 거쳐 뉴스타파에서 재직한 봉지욱 기자, 김건희 7시간 녹취록으로 이름을 알린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세계일보와 MBC를 거친 장인수 기자 등이 무대 위에 올랐다. 또한 오영훈 도지사가 특별 게스트로 콘서트에 참여 했다. 방송은 봉지욱 기자와 장인수 기자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두 채널의 구독자는 약 70만 명에 달한다.
콘서트장에는 일반 도민을 비롯해 김종민 평화재단 이사장과, 양조훈 전 이사장,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는 물론 제주도 소속 공무원들도 대거 포착됐다. 탐사보도 전문가들로부터 4·3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성과와 새로운 문제의식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콘서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무대에 오른 기자들은 스스로 “4·3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다”, “3일 전에서야 연락을 받아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전문성에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전문가는 오영훈 도지사이니 직접 설명을 듣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콘서트 전반부는 세 기자의 개인적 이력과 취재 뒷이야기 등 신변 잡기성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후반부는 사실상 오영훈 도지사가 4·3을 설명하는 강연 형식으로 진행됐다.
본지와 통화한 한 참석자는 “저명한 탐사보도 기자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4·3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기존 담론과 무엇이 다른지 듣고 싶었는데 준비가 거의 안 된 인상을 받았다”며 “급하게 기획된 행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 역시 “토크 콘서트라기보다 도지사 설명회를 듣는 자리 같았다”고 혹평했다.
내용적 허점은 행사 준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본지가 확인한 김만덕기념관 대관 현황에 따르면, 주최 측은 지난 1월 5일 이미 장소 예약을 마쳤지만, 기자들은 행사 사흘 전에서야 섭외 연락을 받았다고 관객들에게 거듭 양해를 구했다. 장소 확보와 패널 섭외 사이에 열흘 이상의 간극이 발생한 셈으로, 장기적 기획보다는 단기간에 급조된 행사였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토크 콘서트의 홍보 방식 또한 이례적이었다. 일반 도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사전 안내나 공식 보도자료 없이, 행사는 SNS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만 공유됐다. 172석 규모의 홀에 이동식 의자까지 동원해 200여 명이 참석했지만, 짧은 홍보 기간에도 불구하고 특정 성향의 참석자들이 집중된 점을 두고 사전 동원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