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전’ 적립률 마침내 20%…민생 안정? 선거용 카드?

제주특별자치도가 설 명절이 포함된 2월 한 달간 지역화폐 ‘탐나는전’의 포인트 적립률을 20%까지 파격적으로 끌어올린다. 제도 도입 후 처음 시행되는 ‘20%’ 적립률은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 가계와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지역 정가 등 일각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지방선거를 불과 넉 달 가량 앞둔 시점인 데다, 다음 달 예정된 각종 언론사의 대규모 여론조사와 당내 경선 작업 등의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선거용 선심쓰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13%에서 20% 껑충… 도 예산 부담 ‘역대 최고치’

탐나는전의 적립 할인은 국비와 도비의 조합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현재 지역화폐 예산을 수도권 5%, 비수도권 8%, 인구감소지역 10%로 차등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인 제주는 국비 8%를 지원받아 왔으며, 여기에 도비 5%를 더해 13%의 적립율을 지난해 유지해 왔다. 연말에는 일시적으로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도비 부담을 10%까지 늘려 할인 규모를 모두 18%로 늘렸다.

제주도가 26일 발표한 역대 최고 적립률 20%는 국비 8%에 도비 12%를 쏟아붓는 구조로, 도정의 자체 예산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도민들은 월 한도 70만원의 20%에 달하는 14만 원을 포인트로 돌려받게 된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설 명절을 맞아 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이번 20% 적립률 상향이 지역 소비를 한층 더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 왜 선관위 질의?… 면죄부 얻은 도정 대대적 홍보 나설 듯

그럼에도 지역 정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도민 세금을 집중 투입해 표심을 자극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이번 조치가 가질 정치적 파급력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정책 발표에 앞서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책 홍보 및 광고 가능 여부를 공식 질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얻어내며 법적 면죄부는 확보한 셈이다.

행정이 정책 발표 전부터 선관위에 홍보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는 것은, 이 정책을 단순한 민생 지원을 넘어 ‘도정의 치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달 말과 다음 달 초에 진행될 도내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시기에 맞춰 행정력을 동원한 대대적인 탐나는전 정책 홍보가 불을 보듯 뻔하다.

■ ‘10% 원칙’ 무력화한 도지사의 ‘특단의 조치’

할인율(적립율)을 확대한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는 <제주 지역화폐 발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다. 조례는 “도지사는 권면 금액의 100분의 10(10%) 범위에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할인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다. 오영훈 도지사는 “탐나는전 적립률 상향은 특단의 조치”라며 “지역경제에 다시 한 번 온기가 돌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예외 규정을 근거로 20% 상향을 밀어붙인 셈이다.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해야 할 조례가 도지사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 “다른 지자체도 20% 적립”…막상 비교해 보니

제주도 관계자는 “경기도 수원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지역화폐 20% 할인율을 적용한 바 있다”며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 보면 제주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강원도 속초시인 경우 정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돼 국비 10%를 지원받는다.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 제주와는 재정자립도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기초자치단체인 점을 감안하면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와 단순 비교를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출발선이 다르다. 결국 제주는 국비 지원이 8%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도비 12%를 투입해 억지로 20%를 맞춘 것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타난 역대급 할인은 도민의 지갑을 채워주는 일시적 선물이 될 수도 있지만, 도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무리수로 기록될 위험도 크다. 제주도가 진정으로 민생 경제를 되살리려 했다면, 선거와 여론조사 시점을 피하거나 예산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증명했어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댓글 남기기